탈북 자매가 오빠 산재사망 보험금 못받는 이유

북한에 부모를 남겨둔 탈북자가 자신의 부모가 아직 북한에 살고 있다는 증명서를 받아야 한다면 북한 당국으로부터 받아야 하나.

남쪽에서 산재로 사망한 오빠의 유족급여를 받으려던 탈북 자매가, 유족급여에 대한 우선권이 있는 오빠의 부인과 부모가 남한에 있지 않다는 ‘부재’를 법원과 통일부로부터 인정받지 못해 1년6개월째 유족급여를 받지 못한 채 길을 찾고 있다.

6일 이들 자매와 시민단체에 따르면, 변난희(가명.28)씨 자매와 오빠 철순(가명.1970년생)씨는 북한에서 대량아사자가 발생하던 1997년 고향인 함북 온성군을 떠나 중국으로 탈북한 뒤 탈북자 지원단체의 도움으로 2002년, 2003년, 2004년 차례로 남한에 올 수 있었다.

북한에 남아있는 부인과 부모를 빼내올 돈을 마련하기 위해 공사장 등에서 열심히 일하던 철순씨는 2006년 9월 M건설사의 건축 현장 5층에서 안전망 위로 넘어졌으나, 망치 찢어지는 바람에 지하1층으로 추락해 그 부상으로 나흘 뒤 숨졌다.

여동생 난희씨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오빠는 중국에 체류할 당시 돈을 벌어 다시 북한으로 들어가 부모를 모시겠다고 생각했었으나 중국 체류가 여의치 않자 남한으로 입국했다”면서 “오빠는 북한에 계시는 아버지, 어머니와 올케를 모셔 나올 돈을 마련하기 위해 건설현장과 주유소 등에서 열심히 일했었다”고 말했다.

난희씨는 이어 “장례를 치른 직후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를 신청했더니 공단측은 ‘1주일 정도면 처리된다’고 했으나 지금까지 유족급여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단측은 “부인과 부모가 유족급여에 대한 우선 수급권자인데 현재 북한에 살고 있어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면, 남한에 거주하는 차순위 수급권자(여동생들)가 오빠의 부인과 부모에 대한 법원의 부재 선고를 받아야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의 부재선고가 없을 경우, 난희씨 오빠의 산재사망에 따른 유족급여는 부모가 탈북해 남한으로 온 뒤나 통일이 된 후 유족급여를 청구한다면 이들에게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이 공단측 입장이다.

오빠가 사망한 공사장의 시공업체인 M사도 “근로복지공단이 유족급여 지급을 결정하면” 그 금액에 맞춰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며 지급을 미루고 있다.

난희씨 자매가 먼저 기댄 곳은 통일부. 지난해 초 통일부에 “부모와 올케가 북한에 살고 있다”는 잔류자 확인서 발급을 신청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현실적으로 북한지역 잔류자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관계로 잔류자 확인서를 발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회신했다.

이에 난희씨 자매는 법원의 ‘부재선고’를 기대하고 대한변호사협회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6월 심판을 청구했으나 이도 1, 2심 모두 기각됐다.

현행 특별조치법상 북한지역에서 남한지역으로 옮겨 와 새로이 호적을 만든 사람들은 북한지역에 남아있는 가족에 대한 부재선고를 받을 수 있긴 하지만, 이들 남매가 남한에서 만든 호적엔 북한에 남아있는 부모와 오빠 부인이 올라있지 않기 때문이다.

난희씨 남매가 남한으로 올 때 남한의 호적과 같은 북한의 가족관계 서류를 갖고 입국했다면 이를 근거로 북한에 거주하는 가족을 호적에 올릴 수 있으나, 가족관계를 증명할 이 서류가 없을 경우 북한에 있는 부모나 자녀, 형제들을 호적에 올리는 것이 어렵다.

근로복지공단은 숨진 오빠의 부인과 부모가 북한에 있다는 이유로 난희씨 자매에게 유족급여의 지급을 거부한 반면, 법원과 통일부는 가족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거나 북한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는 상반된 이유로 부재선고나 잔류자 확인을 해주지 않아 유족급여의 지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공단측은 난희씨 남매가 남한에서 만든 호적에 부모와 오빠의 부인이 정식으로 올라있지는 않지만 ‘신분기재’란에 북쪽에 부모와 오빠의 부인이 있다고 씌어있는 것을 근거로 선순위자가 북한에 있다고 주장하지만, 통일부와 법원은 이들의 가족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인 셈이다.

공단 관계자는 “유족급여를 줄 수 없다는 거부처분이 아니라 부재선고를 받으면 지급할 수 있으니 서류를 보완하라는 취지의 반려처분이었다”며 “난희씨 자매가 반려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유족급여를 받을 수 있으니 행정소송을 제기해봤으면 한다”고 조언했고, 난희씨 자매도 반려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 제기를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 법무법인 ‘서울’ 대표인 이석연 변호사는 “통일이 되거나 북측에 거주하는 부모나 올케가 남한으로 내려와서 유족급여를 (난희씨 자매로부터) 반환받기를 희망할 경우 난희씨 자매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현 단계에선 공단측이 난희씨 자매에게 유족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유족급여가 ‘현실적으로 함께 살던 유족’을 위한 보상 차원에서 지급되는 것인 만큼, 공단측의 반려처분은 형식논리에 입각한 탈북자 차별 처사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통일부 관계자는 “법과 현실간 괴리에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며 “현재로서는 판례 정립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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