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화가 “김정일, 이제 제발 벗어라”







▲탈북화가 송벽 씨의 ‘벗어라’./김봉섭 기자

마릴린 먼로가 지하철 환풍구 위에서 자신의 치마가 들춰지지 않게 원피스를 부여잡는 장면은 허리우드 영화사에 명장면으로 꼽힌다. 마릴린 먼로의 자태에 김정일의 얼굴을 덧대이면 어떤 느낌일까?


지난 26일부터 첫 개인전을 개최한 탈북화가 송벽 씨는 ‘벗어라’라는 작품에서 북한과 김정일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담았다. 


송 씨는 “이제는 제발 벗으라는 의미다. 북한이 못 사는 나라이고, 개혁개방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것을 온 세상이 다 안다. 하지만 김정일은 감추고, 은둔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림 아래 부분의 물고기들은 갇힌 세상으로 대변되는 ‘물’에서 뛰어올라 자유를 꿈꾸는 북한 주민들을 형상화하고 있다.


송 씨는 북한에서 선전선동 일꾼으로 일하다 2002년 한국에 입국했다. 홍익대 대학원에서 동양화과 석사학위를 취득했던 송 씨는 자신의 지도교수였던 한진만 홍익대 미술대학원장의 도움을 받아 이번에 첫 개인전을 열었다.


송 씨는 “북한에서 획일적인 선전·선동 포스터만 제작 하다가 한국에 들어와 ‘자유’를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 좋다”면서 “이번 개인전이 나만의 개인전이 아니라 관객들과 소통을 하면서 북한에 대해 돌아보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탈북화가 송벽 씨가 ‘압록강가’를 설명하고 있다./김봉섭 기자
그는 이번 개인전에서 가장 애정을 쏟은 작품으로 ‘압록강가’를 꼽았다. 


이 작품은 한 여인이 선전·선동 구호 아래에서 김정일을 찬양하는 모습, 북한 주민들이 장작을 줍고 먹을 풀을 뜯는 모습, 농기계가 아닌 소를 이용해 농사를 짓는 모습, 그리고 도강을 하다가 붙잡혀 경비대에게 끌려가는 주민들의 모습 등 북한 주민들의 기구한 삶을 긴 화폭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송 씨는 “‘압록강가’는 북한의 현실”이라면서 “하나 같이 배낭을 메고 이것저것 주워 담는다. 무슨 거지꼴인가. 이 작품에서 나오는 소는 북한 주민들을 대변한다. 사료는 안 주면서 일만 죽도록 시켜대는 꼴이 주민들의 일상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자유를 느껴라’도 관객들의 시선을 끄는 작품이다. 


북한 군인이 쌍안경으로 어떤 곳을 주시하고 있는 모습을 화폭에 담았는데, 북한 군인이 앉아있는 바로 밑에 통조림 캔이 놓여있는 것이 이색적이다.


그는 “‘캔’은 바깥세상, 자유를 상징한다. 북한 내부에서 캔을 구하기란 쉽지 않다. 북한에서 캔을 구하기 어려운 만큼 ‘자유’도 마찬가지다. 그 억압된 자유를 ‘캔’으로 표현했다”면서 “쌍안경으로 전쟁만 보지 말고, 바깥세상과 자유를 바라보면서 열린 마음을 가지라는 메시지를 담았다”라고 말했다.









▲송벽 씨는 “앞으로 北 주민들 뿐만아니라 지구상에서 고통 받고 굶주리는 사람들을 위해 작품을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김봉섭 기자


송 씨는 그동안 한국 미술에 대해 큰 거부감을 가져왔다. 북한에서 선전·선동활동 일꾼으로 살아왔던 그에게는 한국 미술이 ‘충격’ 그자체 였다고 한다.


송 씨는 “한국에 처음 들어와서 한국 미술을 접했을 때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면서 “‘추상화’를 본 적이 있는데 ‘어떻게 저것이 작품이 되는가’ ‘저 이상한 그림이 왜 저렇게 비싼가’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미술 공부를 하면서 진짜 미술 작품들에 대한 시야가 트혔다. 그는 “한국, 얼마나 자유스러운 곳인가. 획일적이고 진실성이 없는 북한 미술과는 달리 저마다 전하는 메시지가 다르고 독창적”이라고 평가했다.
 
송 씨는 기회가 되는한 전시회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북한 주민들의 애환과 삶뿐만 아니라 전 지구상에서 고통 받고 굶주리는 사람들을 위해 작품 활동을 계속하는 것이 작가로서 꿈이라고 했다.


한편 송 씨의 개인전 ‘Forever Freedom-영원한 자유·위험한 탈출’은 다음달 1일까지 서울 종로구 가이아 갤러리에서 열린다.


송 씨의 미술 작품들뿐만 아니라 탈북 후, 북에 있는 여동생과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았던 편지도 전시되고 있다. 탈북자들이 겪고 있는 이산(離散)의 아픔을 조심스레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