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학생, 덧셈뺄셈 다 못하고 로그함수 배우기도”

탈북 청소년 교육기관인 한겨레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탈북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채 일반 교과 과정을 그대로 적용한 결과 수업을 받은 탈북 청소년들의 학습인지 능력이 매우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송영선 의원은 14일 통일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해 “경기도 안성교육청 주관 2008년도 1학기 중학교 경기도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한겨레 중학교 전 학년의 학업 평균이 23.7점으로 경기도 중학교 전체 평균 55.8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과목별로는 영어 29점, 국어 28점, 사회 26.3점, 수학 24.7점, 과학 23.5점이며, 학년별로는 1학년 16.3점, 2학년 19.6점, 3학년 35점으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한겨레 중고등학교의 경우 일반 중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제7차 교육과정을 적용해 모든 학생이 국민 공통 기본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남북한 교과편성 및 구성의 차이, 용어의 차이 등으로 대다수 학생들은 학교 수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한겨레 중고교 교사들의 말을 인용해 “남북간 학제의 차이(남한 12년, 북한 10년 교육)와 북한의 공교육 붕괴에서 오는 학력 결손이 심각하며, 새터민 청소년들의 상당수가 무학자 또는 학교 중퇴자로 남한 방식의 학교행정에 적응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송 의원은 또한 “탈북 청소년들은 남한 학생들에 비해 남북한간 학제의 차이와 긴 탈북 과정으로 인해 개개인의 연령이 높다”며 “탈북 이후 제3국의 체류장기화로 인한 학력 결손은 물론, 남한 학교 진학 시 또래에 비해 평균 2~3살 많은 상태로 학년이 배정되는 등 남한 적응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겨레 학교 학생들은 학교 수업일수의 확보, 학기제·학년제 적용 등 일반 학교 행정을 그대로 적용해 운영되고 있다”며 “교사들도 자체적으로 교과서를 만들어가며 수업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으로 학교측은 교과 과정에 대한 행정이 조속히 개선되어야 한다고 애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 학교 측에 따르면 탈북 청소년들의 학습 정도의 개인차가 매우 다양해 일률적인 학년 배정은 교육 과정에 매우 많은 무리수가 따른다고 한다. 예를 들어 숫자를 몰라 덧셈, 뺄셈을 배워야 하는 학생이 고등학교 수업에 들어가 ‘로그(Log)함수’를 배우게 되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곽종문 한겨레 중고 교장은 “정착 초기 탈북 청소년들은 배움에 대한 갈망으로 공부에 대한 의욕도가 아주 높다”며 “하지만 이들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지금과 같이 일방적인 교육 행정이 계속되면 견디지 못하고 낙오하는 학생이 대거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 의원은 “이제는 탈북 청소년들을 우리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으로 성장시키는 올바른 시스템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며 “이들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이를 감안한 교육 행정 시스템을 도입해 탈북 청소년들의 특성에 맞는 탄력적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중고등학교는 지난2005년 경기도교육청과 안성교육청의 학교 설립인가를 받고, 특성화 중고등학교로 지정됐다. 2006년 3월 신입생 3명이 입학한 이후 (2007년까지 126명 졸업) 2008년 현재 185명의 탈북 청소년들이 교육을 받고 있는 특수 목적 중고등학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