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16일 탈북 청소년 교육시설인 서울 여명학교를 찾아 학생, 학교 관계자들과 대화하면서 정부 지원이 소홀했음을 인정하고 종합대책을 약속했다.
여명학교는 국내 정규 교육과정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탈북 학생을 위해 서울 남산에 지어진 도시형 대안교육시설.
부모, 친척과 함께 북한을 떠나 중국 등을 거쳐 입국한 재학생 50여명의 대부분은 스무 살을 훌쩍 넘겼지만 아직 중ㆍ고교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학교 측은 “현직 장관이 우리 학교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라며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안 장관이 수학, 컴퓨터 수업 등을 참관한 뒤 학생 및 학교 관계자들과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자 애로 사항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학생들은 여명학교가 미인가 시설이어서 교육과정을 마치더라도 학력 인정을 받을 수 없어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고교 과정의 한 여학생은 “검정고시를 일일이 치르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다. 후배들을 위해 학교가 하루빨리 인가를 받아 학력을 인정해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학생회장인 김모(25)씨는 “초등학교 과정부터 검정고시를 쳤고 내년 대학에 가는 것이 목표”라며 “사회복지사가 돼 통일 이후 복지국가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 사회에 대한 이질감, 적응에 대한 두려움도 조심스레 표출됐다.
정규 학교에 다니다 여명학교로 옮겼다는 남학생은 “북한에 있을 땐 남한 사람들이 다 헐벗고 굶주린다고 들었었는데 막상 와보니 너무 달라 놀랐다. 한국 친구들이 내가 북한 출신이라는 것을 알까 봐 두려워 신분을 숨기고 다니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여명학교와 같은 탈북 청소년 대안시설은 전국에 16곳이 있으며 총 334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하지만 모두 미인가 시설이다 보니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고 교회 등 종교단체 후원에만 의존하고 있어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고 관계자들은 설명이다.
학교 관계자는 “현 정부가 대북정책에서는 다소 경직돼 있는듯 하지만 탈북자 문제에서만큼은 지원을 아끼지 않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여명 이만열 이사장은 “이 학생들이 사회구성원으로 훌륭히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데 그러려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들의 얘기를 경청한 안 장관은 “나라가 할 일을 민간이 대신 하는데도 정부가 지원을 못해왔다는 게 안타깝다”며 “종합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등 앞으로는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교과부는 연말까지 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 인가 기준을 완화하고 일대일 멘토링,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는 등 지원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