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청소년, 영어 때문에 대한민국을 버리고 있다

▲ 직업교육 현장 체험에 나선 탈북자 정착교육 시설 하나원의 교육생들. 출처:새조위(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

데일리NK는 27일 탈북 청소년들이 한국 국적을 숨기고 제3국 체류 탈북자로 신분을 위장해 영국에 난민 신청을 하는 충격적인 실태를 보도한 바 있다.

이러한 영국 도피 행렬에는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탈북 청소년, 2008년 대학 입학 전형 합격자, 대학 재학생들이 대거 동참하고 있다. 한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에서는 정원 35명 중 6명이 영국으로 떠났다고 한다.

영국행을 준비하는 탈북 청소년들에게 영국으로 가려는 이유를 묻자 십중팔구 영어 때문이라고 했다. 성인 탈북자들은 영국의 복지정책을 먼저 꼽았지만, 청소년과 대학생들은 “영어를 쉽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고 주저 없이 말했다. 영어 공부를 위해서는 유학과 같은 방법도 있지만 이는 너무 많은 수고와 비용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난민 지위를 이용하면 주택과 생활비 등이 보장되고 무료로 영어 교육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너도 나도 대한민국 국적을 버리고 난민이 되는 길을 택하고 있다.

서울의 모 대학 2학년에 재학 하던 중 11월 초 영국에 입국해 현재 난민 심사과정까지 마친 박 모씨(남·22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영어 때문에 도저히 교과과정을 따라갈 수 없어서 대학을 포기하려 했었는데, 영국에서 집도 주고 무료로 영어교육도 시킨다는 소문을 듣고 영국행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J대에 다니는 한 탈북 대학생도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는다. 영어 공부를 하려고 휴학했는데 영어학원 수강료가 만만치 않다”면서 “차라리 영국에 간 친구들처럼 그곳에서 영어를 배우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규 영어교육을 어려서부터 받아온 사람들도 영어로 겪는 어려움이 크지만, 탈북자들이 느끼는 영어의 벽은 정말로 높다. 탈북 대학생들이 졸업 후에 취업 과정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영어이다. 주변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탈북 대학생들에게는 영어학원 수강료도 만만치 않은 액수다.

지난해 10월 한나라당 김애실 의원이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탈북자 정착을 위해 매년 510억원 가량의 예산을 지출하고 있다. 정부는 탈북자 직업훈련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지만, 직업훈련을 이수한 탈북자들의 취업률이 상반기에만 12.6%에 불과했다. 청년 취업률은 더 낮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탈북 청소년들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는 조건에서 이들의 요구에 맞는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탈북 청소년들에게는 단순 직업 교육보다는 체계적인 영어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탈북청년크리스천연합 운영위원회 이애란 간사는 “현재 두레교회의 장학금지원으로 10명 정도의 탈북대학생들이 YBM어학원에서 영어강의를 듣고 있지만 이 숫자로는 역부족”이라며 “정부차원에서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학원 수강지원제도를 만들어 모든 탈북대학생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통일부 관계자들조차 “탈북자들이 영어를 배우는 것은 사치”라고 말할 정도로 탈북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현실이다. 이러한 차별적 시각이 탈북 청소년과 대학생들의 불법 영국 난민 신청을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정부 정책만 탓할 일은 아니다. 우리 국민들도 탈북자에 대한 차별적 시각으로 그들의 삶의 의지를 꺾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모든 여건을 한꺼번에 바꾸기는 어렵지만 탈북 청소년들이 이 땅에서 자신의 꿈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의 세심한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