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청소년 길잡이 윤상석

“새터민(탈북자) 청소년들은 입국 후 보통 3년간 적응과 부적응의 경계를 오갑니다. 삶의 한 단면을 보고 섣불리 부적응자로 낙인찍지 말았으면 합니다.”

탈북 청소년의 정착을 돕고 있는 무지개청소년센터(이사장 정세현)의 윤상석(31) 팀장은 1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적응 과정에 있는 새터민 청소년의 성공과 실패를 성급하게 단정 짓지 말자”고 거듭 말했다.

윤 팀장은 2001년 9월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탈북자 정착 지원시설인 하나원에서 청소년반 보조교사로 일하면서 탈북 청소년들과 인연을 맺어 하나원 전임강사, 무연고 탈북 청소년들의 자립정착 교육시설인 늘푸른학교 교사, 남북문화통합교육원 사무국장 등을 거쳐 2006년 4월 무지개청소년센터 설립과 함께 자리를 옮겼다.

군 제대후 등록금이 없어 대학에서 제적됐었다는 윤 팀장은 하나원에서 1년정도 봉사하고 대학에 재입학해 고고학을 전공하려 했으나 “아이들과 몇달 지내다 보니 한꺼번에 생각이 바뀌었다”면서 “어릴 적 반공교육 탓인지 처음엔 낯설기도 했는데, 요즘 세상에 이런 마음을 가진 아이들도 있구나 하는 감동이 밀려왔다”고 말했다.

탈북 청소년들이 험난한 입국 과정을 거치면서도 “따뜻한 마음씨, 머리로 계산하지 않는 정”을 간직한 모습을 보고 “단비에 젖듯 빠져들게 됐다”고 표현했다.

그렇던 탈북 청소년들이 남한 사회에서 힘들어하거나 순수했던 모습을 잃어가는 게 안타까워 그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싶어, 입국 초기 탈북 청소년을 위한 각종 적응 프로그램과 이들을 지도할 인력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센터에서는 남한 청소년들의 탈북 청소년에 대한 편견을 없앤다는 취지에 따라 각 지역 42개 학교 1만3천여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순회교육도 실시했다.

윤 팀장은 “무엇보다 새터민 청소년이 올바른 정체성을 갖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남한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 정작 본인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를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자기를 부정하기 시작하면 인간관계 자체가 틀어진다”고 진단했다.

“새터민 청소년이 당당히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은 남한 사회의 편견과 곱지 않은 시선을 느끼기 때문”이므로 “남한 사람들도 함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윤 팀장은 인식 전환과 더불어 제도 개선도 중요하다면서, 지난 2월 ’초중등교육법’의 시행령 개정을 의미있는 변화로 꼽았다. 개정 시행령은 북한에서 수학 기간만 따져 탈북 청소년의 국내 학년 배치를 결정하던 방식을 바꿔 수학 기간과 함께 연령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고려해 학력을 인정하도록 ’개선’했다는 것.

윤 팀장은 자신이 남한에 정착하는 대부분의 탈북 청소년을 최소 1회 이상 만나지만, 그 가운데서도 홀로 남한에 내려와 의지할 곳 없이 외롭게 살다가 입국 후 2년이 안돼 오토바이 사고로 숨진 아이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이 탈북 청소년의 이야기는 2005년 인권영화 ’다섯 개의 시선’ 중 ’배낭을 멘 소년(감독 정지우)’의 소재가 됐다.

“또, 2002년 하나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1998년 찍은 꽃제비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데, 한 아이가 ’저거…접니다’라고 말하지 않겠어요? 그 아이와는 지금도 꾸준히 연락하고 있어요. 이런 인연이 제겐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윤 팀장은 새터민 청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외국으로 떠나는 모습을 볼 때 가슴이 아프다면서, 탈북 청소년을 “먼저 온 (통일 후) 미래”로 이해하고 포용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수 새터민 청소년에 대한 지원을 두고 특혜라고 하는 말도 들었는데, 지금 이들을 통해 통일을 준비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요. 이 아이들의 경험과 시행착오에서 앞으로 정치적 통일을 넘어 남북의 사람간 통합을 위한 소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윤 팀장은 “탈북자 문제를 포함한 남북관계가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되지 말았으면 좋겠다”면서 “남한 사람들의 탈북자와 북한에 대한 인식 개선을 돕는 교육 활동에 힘을 쏟고 싶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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