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청소년, 南학생보다 ‘투쟁’적으로 영어공부”







알렉스 넬슨(관악고 영어교사)씨가 성통만사 수요일 영어교실에서 탈북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성통만사 제공

북한의 학교 붕괴 현상과 김일성·김정일 우상화 교육으로 인해 남한에 온 탈북 청소년들의 학업능력은 또래들에 비해 뒤쳐지기 마련이다. 탈북 청소년들의 학업 신장을 위해 지자체·NGO 등에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영어실력 향상은 여전히 오랜 고민이자 숙제다.


국내 거주하고 있는 영어권 외국인들이 이러한 탈북 청소년들을 지원하기 위해 나섰다.


서울 관악고 영어회화 교사 알렉스 넬슨(26·미국)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사)성공적인통일을만드는사람들이 서대문경찰서 한 켠을 빌려 운영하고 있는 ‘수요 영어교실’에 3개월 전부터 참여하고 있다.


미국에서 인류학을 전공한 넬슨 씨는 관악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과외공부를 할 여유가 없는 학생들에게 개인적으로 영어를 가르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런 도중 성통만사를 통해 탈북 청소년들을 만나게 됐다.


그는 탈북 청소년들의 경우 남한 학생들에 비해 과외를 받거나 학원을 다닐 여력이 없기 때문에 그들을 돕는 것이 의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탈북자와 북한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도 동기로 작용했다.


넬슨 씨는 지난달 31일 데일리NK와 인터뷰에서 “북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더 알고 싶었고, 북한과 탈북자들에 대한 오해도 바로잡고 싶었다”면서 “북한 청소년을 가르친다는 것은 인류학을 전공한 나에게 남과 북의 문화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넬슨 씨는 탈북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일에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탈북 청소년들이 남한 학생들보다 적극적이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탈북 학생들은 남한 학생들에 비해 원어민이나 영어교육에 노출되는 시간이 적다”면서 “때문에 그들은 남한 학생들보다 발음 연습에 ‘투쟁’적으로 나선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에 있을 때 다른 나라의 망명자들에게 영어를 가르친 경험이 있다. 그때에 비하면 현재 탈북 청소년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은 힘든 일이 아니다. 그들은 훌륭한 학생이다”라고 강조했다.    


넬슨 씨는 탈북 청소년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이 북한에 대한 자신의 과장된 편견을 바로 잡는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탈북 청소년들의 부모들이 북한 대학의 학위가 있다는 것에 굉장히 놀랐다”면서 “나는 북한이 초등교육조차 이뤄지지 않은 굉장히 낙후된 나라라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것 보다 어느 정도의 교육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인들은 북한에 대해 정확한 정보 자체가 없다는 것 때문에 오히려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면서 “매년 북한에 대한 많은 뉴스와 이야기들이 있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뉴스들이 대부분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릴 때 봤던 ’60분(60minute)’이라는TV쇼에서도 북한의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었다”면서 “북한 학생들이 ‘안네의 일기’로 공부를 하는데, 그들이 그 책을 통해 배우는 것은 미국인들이 ‘허약한 겁쟁이’라는 것”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 “이 자원봉사를 통해 (탈북 학생들과) 서로 이해하며 격려할 수 있었던 것은 상당히 가치있는 일이었다”면서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서도 여기서 겪었던 좋은 추억들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소감을 남겼다.









▲5월 31일 성통만사 수요 영어 교실에서 외국인 봉사자들이 탈북 학생들에게 영어 교육을 하고 있다./김봉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