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청소년들 가르쳐 보니 누구 못지 않아”

연일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이 추위를 녹여줄 가족들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이제 막 한국에 도착한 탈북자들은 몸이 더 움츠려 든다. 국경을 넘으면서 가족을 잃고 인신매매 손아귀에 벗어나기 위해 이를 악물기도 했다. 막상 그리던 한국에 왔지만 이방인 보듯 스쳐 지나가는 눈빛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이러한 탈북 청소년들의 어려움을 자기 일처럼 따뜻하게 보듬는 좋은 이웃이 있어 화제다. 


최경일 벽산엔지니어링(주) 부장(사진)은 일명 탈북청소년들의 ‘홍반장’ 멘토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탈북 학생들과 함께 지내다보니 남한 사회 학생들과 큰 차이를 못 느꼈다. 이들도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으면 그 만큼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벽산엔지니어링(주)은 2008년부터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자유터학교와 연계해 탈북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턴십 및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탈북 청소년들을 특화해 기업 인턴십을 제공하는 곳으로는 현재 이곳이 유일하다.


최 부장은 “인턴십 프로그램은 순수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탈북 대학생들의 성공적인 사회진출을 돕기위해 취업능력 제고와 사회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되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교육 문제와 취업 문제임을 인식, 자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 방학기간 중 1개월간 진행되는 인턴십 프로그램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총 7회 운영됐다. 현재 22개 대학 중 총 46명의 탈북 학생이 인턴십 과정을 수료했다.


최 부장은 “인턴십을 수료한 친구들과 지금도 만나 연예 상담도 한다. 필요할 때는 각 분야의 성공한 사람들을 소개 시켜줄 때도 있다”면서 “몸이 아프면 병원을 알아봐주고 심지어 신부의 아버지 역할도 해주고 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러한 만남이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중요한 삶의 일부라고 말한다.


그는 “처음 남한에 온 탈북 청소년들은 일반적으로 남한사회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다보니 조직생활에 필요한 시간관념이 부족하다. 또 한 학생은 면접 보로 오는 도중 길을 잃어 본인이 직접 찾으러 간 적도 있다”며 그 동안의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특히 무엇보다 힘든 점은 학생들을 모집하는 일이라고 한다. 그는 “학생들 열명 모으는 것도 힘들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지인의 소개를 통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며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대학 학점 이수 과정에 인턴십 프로그램을 포함시킨다면 학생들을 모집하는 데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동기부여를 심어주는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인턴들이 인생 변화를 위해 몰입(All-in)하여 ‘인(人)Turn’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도 사회교육 모델을 시행해나가고 있지만 일회성 교육으로 그치는 점이 아쉽다. 집중적인 교육과 장기적 멘토링이 통일을 대비하는 우리가 해야 할 가장 큰 일이다. 청소년들이 훗날 남북을 이어주는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학년별 또는 전공별 맞춤교육이 개발돼야 한다”라며 정책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한편 교육 분야뿐만 아니라 의료분야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남양주현대병원은 2010년부터 한겨레중고등학교에 의료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김부섭 남양주현대병원 원장은 “탈북자들의 현실에 대해 처음에는 잘 몰랐다. NGO단체인 ‘나눔봉사 28년 6개월’을 통해 많은 탈북 학생들이 남한으로 입국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접했다”면서 “현재 결핵, 간염성 질환 등의 환자들을 치료해주고 버스 2대를 대절해 학생들을 아침마다 체계적으로 진료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학생들이 제 각각 살아온 과정이 다르고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지내다보니 처음에는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 남한사회에 대해 많이 신기해했지만 1년이 정도 같이 지내다 보니 많이 적응한 것 같다”라며 그 역시 “이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남한사회의 학생들과 크게 다른바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남한사회 교육에 대한 이해력이 아직 부족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 사는 우리나라 학생들에 비해 학력 차이가 커, 몇몇 우수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대학 진학과 사회 진출 등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병원에서 올 초부터 간호조무사 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다. 현재 6명이 간호학원에 입학했다”며 “학생들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할 수 있도록, 또 기숙사 직원들과 관계를 잘 형성해나가고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동거 환경을 마련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통일이 되면 이들(탈북학생들)이 북한과 남한을 이어주는 역할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이 한국사회에 잘 안착할 수 있도록 나라에서 이들을 더 배려해 줘야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국경지역을 넘어오면서 부모를 잃거나 중국에서 인신매매로 팔리는 등 몸과 마음에 상처를 많이 입고 넘어온 학생들이 많다”며 “어려운 상황들을 극복하고 남한으로 입국하는 이들이 하루빨리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따뜻한 사회가 마련되어야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