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청소년들의 `代父’ 박상영 교장

“탈북 청소년들이 동질감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가 성숙하고 유연해질 때 진정 남과 북이 하나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셋넷학교’를 세운 박상영(47) 교장은 북한을 떠나 남한으로 건너온 청소년들에게 삶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대부’와 같은 존재다.

대학을 졸업하고 굴지의 금융회사에 취직했던 박 교장은 매일 반복되는 무의미한 일상에 염증을 느끼고 입사 1년 만에 안정된 직장을 접고 시민단체에 들어간다.

교육 분야의 NGO인 ‘대화문화아카데미’에서 사회 부적응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운영한 박 교장은 2003년 탈북 청소년들을 우연히 만난 뒤 또 다른 형태의 대안학교 설립을 모색하게 된다.

그는 “가난에 찌든 북한에서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남한으로 왔다면 당연히 행복하리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그들은 모든 것이 자기 선택에 달린 남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두려움과 외로움에 짓눌려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한 교회가 운영하던 탈북자 대안학교에서 잠깐 교사생활을 한 뒤 2004년 9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힘을 합쳐 대학로 인근에 25㎡ 남짓한 반지하 셋방을 얻어 ‘셋넷학교’라는 명패를 걸었다.

탈북자 지원 기관 ‘하나원’ 내 임시학교인 ‘하나둘학교’에서 착안한 ‘셋넷학교’ 이름은 ‘이제부터 내 인생은 내가 개척하겠다’는 당찬 의미를 담아 학생들이 직접 지은 것이다.

개교 초기 초라하기만 하던 이 학교는 현재 상근교사 4명과 대학생 등 자원교사 60명을 두고 학생 22명이 다니는 탈북청소년을 위한 대표적인 대안학교로 성장했다.

국내 6개 탈북 청소년 학교 가운데 유일하게 비종교 단체가 운영하고, 오로지 학생들의 대학 진학과 취업을 통해 사회적응을 돕는다는 점에서 구성원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지금까지 졸업생 수는 모두 40여 명으로, 이 중에는 대학을 마치고 대기업과 전문직종에서 일하며 ‘셋넷학교’의 명성을 드높이는 교우들도 있다.

‘뚜벅뚜벅 당당하게, 사뿐사뿐 유연하게’라는 교훈처럼 탈북 청소년들을 당당한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키우려는 박 교장의 집념과 노력이 셋넷학교를 경쟁력 있는 대안학교로 만든 밑거름이었다.

박 교장은 지난해부터 일반 인문계 고교의 취업반격인 ‘커리어스쿨’을 개설해 전문기술을 가르치면서 취업이 쉬운 전문계 대학 진학도 돕고 있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5개 과목에서 탈북 청소년을 위한 맞춤형 대안교과서를 자체 제작해 사용하는 것도 ‘셋넷학교’만의 자랑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박 교장은 현재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셋넷학교를 남한 학생과 탈북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는 ‘모두의 대안학교’로 만드는 것이다.

박 교장은 “탈북자들이 우리 사회에 적응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남한 사람들의 이해심”이라며 “함께 공부하면서 서로에 대한 무지를 털어버리고 이해를 넓힌다면 그때 비로소 모두가 하나가 되는 꿈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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