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청소년-南삼촌의 가족만들기 ‘우리가족’








▲ ‘제3회 북한인권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된 영화 ‘우리가족'(김도현 감독)은 10명의 탈북 청소년과 남한 출신의 노총각 선생님이 함께 태국으로 봉사활동을 가는 모습을 담아냈다. /사진=’우리 가족’ 영상 캡처

탈북자들이 만들어 가는 가족이란 어떤 모습일까. ‘제3회 북한인권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된 영화 ‘우리가족'(김도현 감독)은 15개월 동안 10명의 탈북 청소년과 그들이 삼촌(김태훈 씨)으로 부르는 남한 출신의 한 노총각 선생님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았다.


각각 개성이 뚜렷한 이들은 다함께 밥을 먹으며 장난도 치면서 일상을 살아간다. 돼지고기 볶음과 김치, 샐러드가 올려져 있는 모습은 어떻게 보면 투박해 보일 수 있겠지만 이들에게는 더없이 맛있고 행복한 ‘밥상’이다.


김 씨는 하나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다 만난 한 탈북 어린이에 의해 이 탈북 청소년들과 인연을 맺게 됐다. 탈북 어린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김 씨는 ‘삼촌 이제 집으로 갈 거야’는 한 탈북 아이의 물음에 ‘아니, 집에 가 짐 싸와서 너랑 같이 살거야’는 대답으로 인생이 180도 변하게 됐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된 이들의 인연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김 씨 어머니는 곱게 자란 아들이 아이들의 보모 역할을 하며 뒷바라지를 하는 모습에 속이 상했다고 한다. 심지어 2년간 연락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탈북 아이들과 함께 있어 행복하다는 태훈 씨의 마음을 이해한 것일까. 이제는 음력설을 맞아 아들과 함께 온 탈북 아이들의 ‘큰 어머니’의 몫을 담당하게 됐다.









▲ ‘우리 가족’ 탈북청소년들은 가족 미술 전시회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고 있다. /사진=’우리 가족’ 영상 캡처


탈북 아이들과 김 씨는 단순히 주거만 함께 하는 사이가 아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3 대입을 앞두고 있는 탈북 아이들은 태국으로 해외 봉사활동을 떠나게 되고 자신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전시회도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이들은 이런 활동을 통해 그들만의 이야기와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어렵고 힘든 이런 작업을 통해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한 모습으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다큐멘터리를 찍는 중 이들에게 새로운 식구가 생겼다. 귀여운 막내 11살 철광이가 그 주인공이다. 탈북한 지 얼마 안 된 이 아이를 챙기는 탈북 청소년들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이들이 조금씩 성장해 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 탈북한 지 얼마되지 않아 적응 중인 막내 철광이. 인터뷰 내내 “몰라”로 일관하며 쑥스러워하는 모습은 관객들을 웃음짓게 만들기 충분했다. /사진=’우리 가족’ 영상 캡처


한국 사회에서 연고는 없지만 그런 것에 굴하지 않고 가족이라는 연대감에 성장해 가는 탈북 청소년들의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이처럼 영화는 한국 사회에서의 탈북자가 지니는 이미지를 전달해주기 보다는 한 사람이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잔잔히 그려내고 있다.


김 감독은 24일 개막식에 참석해 “10명의 탈북자와 삼촌이라고 불리는 한 한국 남성이 함께 사는 일상을 자연스럽게 담으려고 노력했다”면서 “우리의 이웃인 그들의 생활에서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그들의 삶을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 가족’은 북한인권영화제 상영을 마친 후 내달 21일부터 3일간 대학로 CGV 1관에서 일반 관객에게 무료로 상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