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청년들, 북한과 다른 설 명절에 푹 빠지다

한국에서 다섯 번째 설 명절을 맞는 이철룡 군은 이번 명절에도 여러 친구들과 보낼 수 있어 마음이 즐겁다. 친구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얼굴에 미소가 핀다. 이 군처럼 친구들도 사귀고 나름 정착을 잘한 이들은 명절을 즐겁게 보내지만 그렇지 않은 탈북자들에게 설 명절은 즐겁지도 않고 고향 생각에 외로울 뿐이다. 정착 5년차인 이 씨를 통해 한국에 정착한 탈북 청년들의 명절 문화를 들여다봤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고향의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날은 연중 설명절과 추석 등이다.탈북자들은 다양한 직종의 회사에서 한국 사회에 적응하느라 바쁜 일상을 보낸다. 더구나 대학진입과 취업으로 탈북 청년들은 한 고향 친구라고 해도 만날 수 있는 틈이 없다.

하지만 이들이 즐겁게 웃고 떠들며 그간 몰랐던 고향소식과 한국적응기도 서로 공유하는 날이 있는데 그게 바로 명절이다. 이날 만큼은 애인이 있는 친구들은 애인과 결혼을 한 친구들은 아내와 함께 설축하 모임을 가진다.

북한에 있을 때에는 남성들은 주로 남성들끼리, 여성들은 여성들끼리 모임을 한다. 자연스러웠고 어쩌다 동창모임에는 남녀가 모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명절이면 남녀가 따로따로였다는 것이 대부분 탈북청년들의 말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친구의 친구도, 또 애인의 친구도 참석 가능하기 때문에 북한과 사뭇 다른 만남이 된다.

취업준비생인 한 탈북자는 “북한에선 모임에 새로운 사람을 데려가면 대부분 싫어하는데 한국선 새로운 친구를 데리고 가도 대환영이다”면서 “이번 명절에도 애인이 다른 여성분과 함께 모임에 온다고 하니까 탈북친구들이 대환영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한 친구들도 함께 모이는 자리여서 남북한 설명절 문화를 나누며 모두 즐겁게 보낼 수 있다”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북한과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남한과의 차이이지만 젊은 청춘들이 만나 이야기 꽃을 피우는 이곳 생활이 더 즐겁다”고 말했다.

설연휴 동안 탈북청년들은 고향에서 먹던 음식들을 만들며, 추억을 되새기기도 한다. 이날 등장하는 대표음식은 떡국과 북한식 만두와 인조 고기밥, 그리고 농마국수도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다.

또한 북한에서처럼 명절날 친구들과의 모임을 위해 부모님에게 돈 달라는 아쉬운 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그들의 마음을 더 즐겁게 한다. 탈북청년들은 “북한에서는 모임 턱을 한 명이 내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한국에선 가능하다”며 “친구들을 위해 기부도 할 줄 아는 마음의 여유 또한 명절을 즐겁게 보낼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했다.

탈북대학생 김성일 씨는 “북한에선 명절에 친구들과 모임이 있을 때마다 어머니에게 돈을 달라고 해서 미안했다”면서 “일을 해도 노임(월급)이 별로 없으니 할 수 없었지만 한국에선 하루 일을 해도 일급이 정산되니 돈을 달라고 말할 필요가 없어서 좋고 어머니 마음을 아프게 하지도 않아 명절 분위기가 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