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처녀 일본인 골수기증으로 새 삶

독도 문제로 한ㆍ일 양국 관계가 악화되고 있지만 한 일본인의 헌신적인 골수기증으로 백혈병을 앓고 있던 탈북 처녀가 새 삶을 찾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화제다.

지난 2003년 6월 주중 한국대사관 진입에 성공해 같은 해 9월 입국한 탈북자 김미정(가명.23.여)씨는 기증받은 골수로 최근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아 완쾌를 기다리고 있다.

그가 백혈병에 걸렸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사실을 알게된 것은 대사관에 머물면서 한국행을 준비하던 때였다.

그저 영양실조에 따른 빈혈 증세로만 생각하고 병원을 찾았다가 만성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게 됐다. 김씨는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여러 곳의 병원에 다니면서 치료를 받았다.

골수이식 수술이 유일한 희망이었지만 국내에서는 자신과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골수 기증자를 찾지 못해 생명이 위협받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던 중 작년 6월 김씨에게 뜻밖의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김씨가 다니던 여의도 성모병원의 의뢰를 받은 일본의 골수은행협회가 김씨와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골수기증 후보자 3명을 찾아 연락을 해준 것이다.

하지만 작년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수술 일정이 연기되면서 김씨는 또 한 번 불안감에 사로 잡혔다. 골수이식은 기증자에게도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막판에 골수 기증을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일본인 기증자는 골수기증 약속을 지켰고 지난 4일 여의도 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동욱 박사의 집도로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 1억원에 달하는 수술비를 조달하기 위해 한국생명나눔운동본부는 KT&G(옛 한국담배인삼공사)와 국가정보원에서 5천만원의 성금을 모아 치료비에 보탰고 김씨의 딱한 처지에 공감한 병원측의 배려로 수술은 성사될 수 있었다.

김씨는 수술 3주 만에 퇴원하는 등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완치를 장담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재발 우려도 있어 앞으로 3년 정도는 정기적으로 통원 치료를 받으면서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조정진 한국생명나눔운동본부 사무총장은 30일 신분 노출을 우려해 언론과 인터뷰를 한사코 사양한 김씨를 대신해 “수술이 끝나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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