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1만명 시대 탈북자들은 다음 대선에서 어떤 대통령을 원할까?
데일리NK는 올해 대선을 앞두고 국내 입국한 탈북지식인 10인을 대상으로 대선주자들이 가져야할 대북관, 대미관 등에 대해 물었다. 이들은 북한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대, 평양사범대학, 청진사범대학 출신 탈북자들과 탈북 대학생들이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의 대북정책을 ‘북한 주민들은 죽이고 김정일을 살리는 정책’이라고 일갈하면서 대선주자들은 철저한 상호주의 입장에서 대북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독재체제라는 북한의 본질을 정확히 인식하는 대북관을 갖고 체제 문제에서 비롯된 인권문제, 핵문제 등에 대해 원칙적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이들은 정부의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태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차기 대통령은 인권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탈북지식인들이 바라는 차기 대통령의 북한 인권에 대한 태도와 대북정책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먼저 소개한다.
◆“北인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 돼야” = 탈북지식인과 대학생들은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운운하면서 가장 보편적인 가치인 인권의 문제를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에서의 인권 상황을 직접 경험한 탈북자들의 증언은 신뢰하지 않고 김정일 정권 눈치 보기에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김책공대 출신 박일현 씨는 “북한 인권문제만은 절대로 양보해서는 안되며 타협해서도 안된다”면서 “정부는 인간의 가장 초보적인 자유나 권리마저 행사하지 못하고, 벌레만도 못한 삶을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성종합대학 출신 심주일 씨도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보편적인 진리의 가치로서 원칙적인 입장을 가져야 함에도 정부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서 “차기 정부는 북한의 인권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지 남한 국민들에게 알려 민관이 하나가 되어 북한 인권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어려운 문제라고 전제하면서도 “장기적인 입장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정부차원에서 도와야 한다”며 “북한 인민들이 인권이라는 것에 눈을 떠 빼앗긴 인권을 찾으려는 투쟁이 일어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평양사범대 장인덕 씨는 “정부가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일언반구 하지 못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 “특히 납북자들에 대해 돌려달라고 북측에 이야기하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 가치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김승철 북한연구소 연구원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이라는 전제가 있을 수 없다”면서 “인권문제는 조건이나 상황에 의해 거론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끊임없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다만 북한 체제의 특성을 고려하여 인권문제를 이야기하는 강약은 조절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차기 대통령은 인권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원칙적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강대 정철남 학생도 “인권유린은 분명히 범죄이기 때문에 북한의 범죄 집단하고 타협해서는 안된다”면서 “현재 조건에서 범죄자들을 처벌할 수 없지만 인권 범죄에 대해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기 대통령은 인권 범죄를 방치한 기존 정부의 무책임에 대해 통감하고 현실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일에 동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대북정책은 北주민 죽이고 김정일 살린다” = 정부가 북한 인권문제를 외면하게 된 이유는 잘못된 대북정책 때문이라고 탈북지식인들은 꼬집었다.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체제 문제에 비롯된 인권문제에 대해 이야기조차 못하는 대북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
특히 이들은 이러한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 주민을 더욱 힘들게 하고 김정일 독재정권을 살만 찌우게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들은 북한에게 끌려만 다니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펴는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철환 북한민주화위원회 운영위원장은 “무원칙, 무전략, 반인권적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김정일을 살리고 북한 인민들을 고통으로 몰아넣은 정책”이라면서 “철저한 상호주의에 입각해 인권을 개선시킬 수 있는 압박 등 김정일 정권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대북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북한의 체제 문제 등에 대해 침묵하는 것이 햇볕정책을 옹호하기 위해 그런 줄 알았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386핵심 참모들과 측근들이 김정일에게 매수됐기 때문에 북한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청진광산금속대학 출신 장호남 씨는 “지금까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북한의 주민들을 도와준 것이 아니라 김정일만 도와준 것”이라면서 “김정일을 도와준 만큼 북한 주민들은 더욱 힘들어 진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의 대북정책이 짜증나고 증오한다”고까지 말했다.
이어 그는 “대북 지원하는 만큼 북한 인권문제, 납북자, 국군포로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압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원철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 대표도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인민의 생활 개선에 전혀 도움이 안되고 김정일 정권의 연장만 도운 실패한 정책”이라면서 “북한민주화라는 원칙 하에 대북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심주일 씨는 “대북정책은 북한이 하는 만큼만 우리가 하면 되지 뭔가를 제공해 바꾸겠다는 것은 큰 오산”이라면서 “특히 북한과의 경제 협력 같은 것은 북한의 본질, 즉 민주화 된 다음에 해도 늦지 않음에도 정부는 북한의 물리적 힘만 키워주는 지원을 계속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