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당국의 행정(行政)조치가 북한의 실정법과는 무관하게 집행되면서 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가 12일 밝혔다.
대한변협이 이날 발간한 ‘2008북한인권백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북한을 떠난 국내입국 탈북자 100명에 대한 심층면접 조사결과, ‘북한에서 정부 행정이 법대로 행해지고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85%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고 11%만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또, ‘북한에서 인권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69%가 ‘없다’고 답했고, 나머지 28%는 북한에서 ‘인권’이나 ‘우리식 인권’이란 말을 들어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북한에서 인권교육이나 비슷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전체의 92%가 ‘없다’고 답했고, 북한에서 인권을 침해받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절반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인권백서는 북한 정치범수용소 문제와 북송(北送) 탈북자에 대한 인권 유린 실태도 상세히 밝혔다.
응답자 중 70%는 ‘북한에서 국가기관에 의해 하룻밤 새 가족이 전부 사라지는 일을 경험’하거나, 이를 ‘들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대다수가 ‘실종 이후 생사 여부를 알 수 없다’고 응답했다.
또한 북한 주민이 남한 노래를 듣는 등 남한과 접촉한 혐의나 탈북하려다가 끌려간 경우에는 잠 안 재우기, 군홧발 구타, 변기에 머리 넣기, 하루 종일 가부좌로 앉아있게 하기, 짠 음식을 주고 물 안 주기 등 비인간적인 ‘고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대한변협 정재훈 변호사는 “2000년 이후에도 구금자들에 대한 잔인한 고문과 학대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북한이 가입한 국제규약 및 북한의 형사소송법에서도 금지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응답자 중 63%는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규범 등이 북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해 탈북자 상당수가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보호를 위한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북한에서는 공권력에 의한 인권유인 이외에도 가정 내에서 남녀차별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4%가 집안일은 모두 ‘아내가 맡는다’고 답했으며, 남편과 아내가 분담한다는 응답은 7.5%에 불과했다. 경제적 문제에 대한 책임에 있어서도 ‘아내가 책임진다’는 대답이 49.1%로 ‘남편이 책임진다(26.4%)’는 답의 두 배에 가까웠다.
가정 폭력에 대한 질문에서는 응답자 60.4%가 ‘대부분의 세대에서 남편의 폭력이 있다’고 답했고 ‘일부 남자들이 아내를 때린다’는 대답도 37.7%나 돼 북한 내 가정폭력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변협은 2005년 인권위원회 내에 ‘북한인권소위원회’를 구성해 북한 인권관련 법률규정을 중심으로 북한인권 실태를 연구하고 있으며, 2006년부터는 이를 기초로 해마다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