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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국내 입국 탈북자 수가 1만명이 넘어서고 있지만 이들이 경제·사회적으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실증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탈북자들의 일부는 정부기관이나 민간단체에서 도움 받고 싶은 사항으로 ‘의사로부터 상담 및 치료’를 꼽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이 새터민 신변보호담당관으로 위촉한 김태석(법학박사) 씨는 13일 영통포럼(회장 김무원)이 주최한 ‘탈북자 1만명 시대 국민토론회’에서 지난해 11, 12월 60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이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김 박사는 이들의 경제현황 조사결과 “조사 대상자의 286명(46.1%)은 무직이었다”며 “직장을 가진 경우에도 정규직7.2%와 자영업 4.6%를 제외한 대부분은 아르바이트나 단순노무자들”이라며 고용형태가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응답자 중 43%(262명)가 월수입 50만원 이하라고 응답했다”며 “26.6%(162명)는 50만∼100만원이었고, 나머지 30% 정도만이 100만원 이상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탈북자 중 15% 가량만이 북한에서 전문대 이상의 학력을 가졌음에도 이들에게 3개월간의 하나원 교육을 마친 뒤 마땅한 직업교육도 없이 한국사회에 적응하라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또 “2006년 12월말 현재 조사대상자를 상대로 285건의 형사처벌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중 교통사범, 외국환관리사범 등을 제외하고 절반에 가까운 111건이 폭력사건이었다”며 “탈북자들이 한국사회 정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폭력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박사는 이어 “조사대상자 중 42.7%나 되는 260명이 정부기관이나 민간단체에서 도움받고 싶은 것으로 ‘의사와 상담 및 치료’를 꼽았다”며 탈북자들의 정신건강 개선을 위한 대책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탈북자 출신 김영희 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탈북자들은 빈곤한 북한 내 생활과 오랜 탈북 과정으로 인한 정신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며 “취업문제에 앞서 제기되는 탈북자들의 정신건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도 “탈북자들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 죄책감, 중국 체류중 불안감 등 ‘복합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며 “단순히 일자리 제공만이 아니라 종합적인 처방으로 탈북자 정착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탈북자들의 정신건강 개선을 위한 제도적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며 “하나원과 민간단체, 정부가 공동으로 나서 이들의 사회적응을 지원하고 정신, 심리적 치료를 병행하는 통합적인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새터민 1만명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개념의 정착지원 복지제도로서 사회적 기업모델을 적용한 ‘전원형 자급자족 새터민 정착촌’의 건설과 운영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이어 영통포럼은 “정착 지원사업단을 통해 새터민이 자립할 수 있는 실질적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며 ‘새터민 정착 지원사업단’을 발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