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1만명 시대…北 급변 대비해야

국내 탈북자 숫자가 연말쯤 1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국내 탈북자가 지난 9월 9,14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지난달 입국한 탈북자와 입국 대기자를 포함하면 올해 1만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탈북자 수는 매년 10여명 안팎에 불과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식량난 이후부터 늘기 시작한 탈북자는 2002년부터 연간 1천여명을 돌파하는 등 크게 늘었다. 2004년에는 베트남에 있던 탈북자 486명이 일시에 입국하면서 사상 최대인 1,894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향후 탈북자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식량난이 심해진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 국경을 넘어 탈북한 북한 주민이 급증하면서 국내 입국하는 탈북자의 수도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현재 중국내 탈북자가 5만명에서 많게는 10만명이 체류하고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대부분이 한국행을 바라고 있기 때문에 탈북자 입국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국 정부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까지 현저히 줄어 식량난이 심각해질 경우 북한 주민의 탈북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KBS 사회교육방송이 10월 16~19일 20세 이상 국내 탈북자 3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식량난과 체제에 대한 불만 등의 이유로 고향을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2004년에 입국한 최전호(가명)씨는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식량난으로 체제에 대한 불만이 주민들 사이에 공공연히 터져 나오고 있다”면서 “상당수의 주민들은 탈북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자 지원정책 현실성 떨어져=국내 탈북자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들의 정착과 적응에 대한 중∙장기적 정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는 탈북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물질적 지원을 비롯해 사회적응과 취업 등을 돕기 위한 탈북자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탈북여성은 중국이나 제 3국에서 체류하는 동안 인신매매 대상이 되고, 입국 후에도 취업, 결혼, 교육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전체 지원규모는 유지하되, 기본금을 축소하는 대신 취업 장려금을 도입해 탈북자들의 자활을 유도하고 있다. 즉 취업을 할 경우에만 장려금이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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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자 정착지원 개요

구분

현행

2005년이전

정착지원금(임대아파트 보증금 포함)

▶1인당 2000만원

▶1인당 3590만원

주거지원

▶공공임대주택 또는 영구임대주택 입주주선

 

생계급여

▶일반 생활보호 대상자 수준 지원금 지급

▶월 54만원 지급

직업훈련

▶직업훈련시 수당지급

 

취업지원

▶2년간 탈북자 고용 기업주에 고용지원금 지급 (1~12개월차 최고 50만원, 13~24개월차 최고 70만원)

교육지원

▶초중고등학교 및 대학 입학금 기성회비 수업료 면제

의료급여

▶저소득 탈북자에 의료급여 지원

생업지원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단체 주관 편의사업(매점 등)에 동일 조건시 탈북자에 우선권 부여

이와 함께 정부는 지원금이 일시불로 지급되면 자본주의 사회에 익숙하지 못한 탈북자들이 잘못 사용할 수 있고 가족들을 데려오기 위한 브로커 비용으로 오용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분할 지급을 하고 있다.

2001년부터 2005년 이전까지 탈북자 1인당 3,590만원의 정착 지원금을 받았다. 이후 정착지원제도 개선에 의해 1인당 2천만원의 지원금이 지급된다. 이중 주택 임대보증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2년간 분할해 분기별로 지급된다.

취업 장려금은 1년차 2백만원, 2년차 3백만원, 3년차는 4백만원이 연말에 일시에 지급된다. 또 직업훈련 장려금은 6개월 이상 직업 훈련을 받을 경우 7개월째 부터 20만원씩 6개월 동안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이러한 정착제도 개선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탈북자들은 실질적인 지원금이 줄어든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정착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즉 취업한 탈북자들만이 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데 취업이 쉽지 않기 때문에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

특히 탈북자 대부분은 북한에 가족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을 남한으로 데리고 오는 것은 먹고 사는 것보다 중요하다. 가족을 데려 오기 위해 정착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탈북자들의 취업은 별 따기보다 힘들다”면서 “취업을 못하는 남한 국민들도 엄청나게 많은데 수십년동안 다른 체제에 살고 온 탈북자들의 취업이 더욱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취업하는 탈북자들에게만 지원하는 것은 소수의 탈북자들만을 위한 정책이나 다름없다”면서 “현실을 감안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탈북자들이 남한사회에서 취업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가장 힘든 것은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것”이라면서 “탈북자들은 본인이 굶더라도 가족들 입국을 위해 정착금을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도 “청년실업 등 사회적으로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탈북자들의 취업은 더욱 힘든 것이 사실”이라면서 “탈북자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탈북자 정책을 새롭게 수립하는데 정부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초기 지원에만 집중=탈북자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탈북자 지원 정책은 단기간에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탈북자들의 사회 적응이 요원하다는 것.

탈북자 정착 지원금은 2년동안 지급되고 사회적응을 돕는 직접적인 교육은 하나원 3개월이 전부다. 또한 취업할 경우 3년동안 장려금이 지급된다. 단 이직을 하지 않을 경우에만 해당된다. 이외에 청소년 교육비 등이 지급된다. 이와 별도로 1년 동안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탈북자들은 2년동안 정부 지원금으로 사회 정착을 하게 되고 취업을 할 경우 3년동안 장려금을 받게 된다. 결국 취업을 못할 경우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은 2년 만에 끝나고 이후 자립해야 한다. 물론 정부는 탈북자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취업 교육, 알선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실제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2005년에 입국한 김선호(가명)씨는 “하나원에서도 취업 관련한 교육을 받고 사회에 나와서도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적인 도움이 안된다”면서 “취업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사회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정도의 교육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 씨는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제적인 교육을 장기적으로 받아야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탈북자들이 취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을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 교수도 “3개월 동안의 하나원 교육으로 탈북자들이 사회적응을 실제적으로 돕기에는 부족하다”면서 “물질적 지원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 통합할 수 있는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탈북자 입국규모에 따른 보호∙지원 체계와 지원, 주거시설 확보계획, 각 부처별 조치계획 등 중장기 계획이 마련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탈북자 지원 단체들은 북한의 급변사태가 일어나 탈북자가 대량 입국할 경우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이해봉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달 공개한 통일부의 ‘새터민 국내 정착지원 소요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에서 2005년까지 국내 입국한 탈북자 5,585명에게 직접 지원된 금액은 총 2천2백87억원이다.

보고서는 유사시 탈북자 10만명이 입국할 경우 이들의 정착을 지원하는 데만 2005년 정부 일반회계예산의 3%에 해당하는 4조 1천억의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보고서는 “단기간 내 대규모 탈북, 국내 입국자 발생은 국가적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에 대비한 마스터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정부는 북한의 급변 사태시 탈북자 대량 입국에 따른 대비책을 수립해 놓았을 것”이라면서도 “탈북자들의 누적 수가 계속해서 증가하기 때문에 새로운 탈북자 정책 수립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