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1만명 수용에 쩔쩔매면 어떡하나?”

▲ 김일주 북한이탈주민후원회장 ⓒ연합

탈북후 남한에 온 탈북자들은 하나원을 나오는 순간부터 막막하다. 정부로부터 주택과 정착지원금을 받지만 사실 맨주먹이나 다름없다. 타임머신을 타고 30년을 앞당겨 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북한이탈주민후원회는 탈북자들의 남한 정착을 총괄하는 단체다. 때로는 정부를 대신하고, 때로는 정부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까지 손을 뻗친다. 후원회 김일주 회장은 ‘북에서 내려온 사람 뒤치다꺼리 하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그도 그럴 것이 후원회는 탈북자 직업 알선과 의료비, 교육비 지원을 비롯, 탈북자 지원이 필요한 곳이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김 회장은 부모 없이 결혼하는 탈북자 부부의 결혼식에서 신부의 손을 잡고 같이 입장해 ‘아버지’ 역할도 한다.

그는 재작년 단체 회장이 되기 전부터 10년 이상 탈북자들을 소리 소문 없이 도와왔다.

김 회장의 고향은 함경남도 단천이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 가족들을 남겨둔 채 홀로 남쪽으로 내려왔다. 김 회장이 바쁜 와중에 데일리NK에 시간을 냈다.

그는 후원회장에 취임한 배경에 대해 “이북에서 고향 후배들이 오는데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소박하지만 육친의 정이 훈훈하게 담겨있는 한마디다.

후원회는 지난 1997년 사업을 시작했다. 10년째 활동을 계속하는 동안 탈북자 수는 1만명이 넘었다. 김 회장은 “몇 십명이었던 게 몇 백명이 넘어가고 이제 1만 800명을 넘겼다”면서 “이들의 역할은 크다”고 말했다.

그는 탈북자들이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에게 돈을 보내는 것부터가 ‘큰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주민에게 남쪽이 부유하고 탈북자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민주화위원회(위원장 황장엽), 북한민주화운동본부(대표 박상학), 자유북한방송(대표 김성민) 등 탈북자 단체들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그 사람들이 북한의 변화를 위해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탈북자들은 (북한 체제변화 후) 북한에 들어가 교수도 하고 요직을 할 사람들”이라며 그 중요성을 새삼 강조했다.

그는 국내 민간차원의 탈북자 지원 사업의 어려움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500대 기업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아무 소식이 없었다. 다시 100대 기업에도 연락했지만 답변이 없었다”면서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들에게도 도와달라고 호소했지만 모두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는 “독일이 통일되기 전 동독을 이탈한 사람 수는 50만명에 달했다”며 “우리는 지금 1만명인데도 쩔쩔 매고 있는데 어떡하면 좋겠냐…”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편 김 회장은 탈북자가 급격히 증가해온 것에 대해 “북한체제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의 최대 종착역은 국민을 행복하게 살게 하는 것인데, 먹고살기 어려우니까 (남한으로) 온다”며 “저런 중세 전제군주국가는 저기(북한) 뿐”이라고 말했다.

“역사는 거짓말이 없다. 역사의 흐름은 거역하지 못한다”며 “(역사 속에서) 독재자들은 마지막에 비참하게 무너졌다. 저 사람(김정일)도 그 중 한 명이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북한이탈주민후원회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가?

탈북자들은 하나원을 나올 때부터 후원회 회원이 된다. 탈북자들이 정착하는데 직업을 알선해주기도 하고 이들의 애로사항을 들어주기도 한다. 돈이 없어 병을 치료하지 못하는 탈북자들을 돕기도 하고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는 대학원생들에게 장학금도 준다. 말하자면 (북에서) 내려온 사람들 뒤치다꺼리 하는 기관이다. 정부의 손이 미치지 않는 것을 우리가 한다.

-탈북자 후원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나는 실향민이다. 17세에 혼자 남쪽으로 왔다. 이북에서 고향 후배들이 오는데 도와줘야겠나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전부터 이들을 도와왔다. 후원회 회장으로는 재작년 11월 취임했는데 굉장히 보람을 느낀다.

-후원회가 10년째 활동하는 동안 탈북자가 급증했다.

불과 몇 십명이었던 게 몇 백명이 넘어가고 지금은 1만 800명이 넘었을 것이다. 북한 체제가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본다. 북한 주민들은 먹고 살기 어려우니까 남한으로 오는 것이다. 정치의 최대 종착역은 국민을 행복하게 살게 해주는 것이다. 먹고, 입고, 자는 것이 편하면 왜 도망오겠나. 저런 중세 전제군주국가는 저기(북한) 뿐이다.

-정부의 탈북자 정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정부 정책은 비교적 잘 되고 있다고 본다. 주택과 정착금도 주고, 이정도 하는 데가 어디 있나.

탈북자들도 숫자에 비해 남한사회에 적응을 잘 하고 있다고 본다. 전제 군주국가에 살다가 민주주의에 적응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원래 남한사람들이라고 해서 완전히 문제가 없나. 말 못하고 입 가리고 귀 막은 통제사회에서 살다가 이만큼 적응하고 사는 것이면 잘 하는 것이다.

-민간차원의 탈북자 지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그 부분에 불만이 많다. 지난해 500대 기업에 탈북자들의 정착지원 사업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연락을 해온 기업이 한 군데도 없었다. 다시 100대 기업에 협조 공문을 보냈지만 역시 아무 소식이 없었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도 탈북자 정착지원 사업을 도와달라고 요청했지만 모두 아무런 연락도 없다.

독일이 통일되기 전 동독을 이탈한 사람 수는 50만명에 달했다. 우리는 지금 겨우 탈북자 1만명이 넘었는데 쩔쩔 매면 어떡 하겠나. 우리 사회가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한다.

-독일의 경우처럼 북한 급변사태 시 북한 주민들의 대량탈북에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그땐 민간단체로는 안 되고 온 국민이 나서야 한다. 정부도 나서야 한다. 군대 시설 같은 것도 필요할 수 있다.

북한 급변사태 시 남한으로의 대량탈북과 남한 입국을 막아야 한다는 견해에 동의한다. 38선을 막는 대신 북한에 많은 기업들이 들어가 투자하고 소득을 높여줘야 한다.

지금 북한의 땅은 국유화 돼 있는데, 북한이 무너진다면 부동산 연고권을 인정하지 말고 투자하겠다는 사람에게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 북한의 주요 땅을 매각하고 투자하게 하면 북한 재건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북한의 소득이 3천달러만 넘으면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에 오라고 해도 안 올 것이다.

-향후 북한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역사의 흐름을 거역하지 못할 것이다. 독재자 몇 사람 때문에 (역사의 흐름이) 일시적 역행이 있었다. 그러나 모든 건 순리대로 가게 돼 있고 북한도 이제 한계가 왔다. 전세계 사회주의가 무너지지 않았는가. 추운 날 더운 집 없고 비 오는 날 맑은 집도 없다.

역사는 거짓말이 없다. (역사 속에서) 독재자들은 마지막에 비참하게 무너졌다. 저 사람(김정일)도 그 중 한 명이다. 영원히 장생불사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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