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통일대박의 ‘시금석(Pruefstein)’이다

통일은 현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이 하나의 인기영합적 레토릭(수사)이 아니라는 말이다. 통일 실타래를 풀어내는 과정이 희생이며 현실이다. 세월호 참사와는 비교할 수 없다. 그 첫째 관문이 탈북자다. 동족이자 3대 세습독재정권의 피해자인 탈북자를 처리해낼 의지도 능력도 없다면 통일대박은 이미 말장난이다. 여론의 눈치나 살피는 정치인은 해낼 수 없다.


우리나라 근현대사는 ‘공짜역사’였다. 치욕의 일제강점기는 미국의 원자폭탄 ‘리틀보이’를 얻어맞은 일본의 항복으로 끝났다. 6.25전쟁은 스탈린과 모택동의 재가를 받아 김일성이 일으킨 전쟁이며 미국과 유엔의 참전으로 끝났다. 전후 대한민국의 안보는 한미동맹에 의존한 채 우리는 경제에 매진해 오늘의 대한민국을 건설했다. 강력한 우방이 존재해 도움은 됐으나 모두가 안보불감증에 걸렸다. 공짜병이다.


내달이면 건국 66주년이다. 환갑을 훌쩍 넘긴 나라가 탈북자 문제를 여전히 남에게 전가하고 있다. 지난 6월 21일에는 탈북자 21명이 태국 북부 치앙라이에서 체포되었다. 이 소식을 전한 정부나 언론의 태도가 희한하다. 내 국민이고 동족인데 남의 일처럼 대한다. 태국 정부가 탈북자들이 희망하는 나라로 보내줄 것을 바란다는 말투다. 이후 관련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이런 무책임한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또한 중국에 은둔해 있는 탈북자의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조용한 외교’는 탈북자 처리에 대한 우리 정부의 소극성과 무책임을 대변하는 대명사에 불과하다. 국민 보호를 중국에 떠맡기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만들어낸 궤변이다.


탈북자는 이미 전 세계에 흩어져 제3국의 보호 하에 있다. 영국, 독일 등 유럽은 물론 캐나다, 미국도 탈북자를 보호하고 있다. 자국민도 보호하지 못하며 국제사회를 향해 통일대박을 선언한다면 자가당착이다.


서독은 분단시절 탈출 동독인들을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보호했다. 동독 정부가 포기했던 수십만 명의 노약자를 수용했다. 3만 4000여 명의 정치범을 받아들이는데도 대략 30억 DM(Deutsche Mark, 독일 마르크)을 들였다. 이런 프라이카우프(Freikauf)야말로 서독 정부가 얼마나 동독주민을 보호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는가를 대변하는 프로젝트였다. 이렇듯 서독 정부가 분단 기간 수용한 동독인은 350만 명이 넘는다. 2만 6000여 명을 수용하고 온갖 엄살을 떠는 우리와 비교가 된다.


1989년 여름 동독인의 탈출이 조직적이고 저항적인 성격을 띠자 콜 총리는 강력한 통일 리더십을 발휘했다. 헝가리 정부에게 동독 탈출자를 위해 대(對) 오스트리아 국경을 개방토록 했다. 헝가리는 동맹국 동독의 강력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콜 총리의 요구에 따라 오스트리아 국경을 개방했다. 이 결정으로 한 달여 만에 2만 4000여 명의 동독 주민이 헝가리와 오스트리아를 경유해 서독 땅을 밟았다. 그 대가로 서독 정부는 헝가리의 개혁 개방에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체코 프라하 주재 서독 대사관으로 들어가 서독행을 요구하던 1만 7000여 명의 동독 탈출자도 전원 수용했다. 이와 같이 동독 땅을 떠난 모든 동독 주민들은 어김없이 서독 정부의 보호를 받았다. 서독은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 동유럽 주변국가들은 물론 유럽의 어떤 나라도 동독 탈출자로 인해 어려움을 겪도록 방치하지 않았다. 독일통일은 이런 서독의 희생에 대한 대가였다.


탈북자, ‘이밥에 고깃국’은 고사하고 옥수수 죽도 김정은 정권에 착취당하며 정치적 박해에 시달려온 자들의 외침이다. 이들의 자유와 풍요로움, 인간답게 살기 위한 행렬은 결코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동독은 물론 지난 인류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교훈이다.


우선 전 세계를 향해 탈북자는 전원 수용한다는 방침을 천명해야 한다. 그리고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캐나다 등에서 보호하고 있는 탈북자들의 실태를 조사해 그들이 제3국의 보호를 받게 된 이유를 찾아내 시정해야 한다. 국민을 제3국에 맡기는 삼류국가가 되어서는 통일을 감당하기 어렵다. 몽골에 탈북자 정착촌을 만들어 중국에 떠도는 탈북자를 수용하는 방안은 아직도 유효하다.


탈북자, 통일대박의 시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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