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세무회계는 개념부터 다르지만 어떤 기업이든 필요한 기술이잖아요.”
취업을 준비하는 탈북자들 사이에 전산세무회계 과정이 인기를 모으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올해 6개월 간 전산세무회계 과정을 마친 탈북자 김봄빛(가명.42.여)씨는 12일 “여성 새터민(탈북자)들 사이에 세무회계 과정이 인기가 많다”며 “제조업이나 식당 일이 아닌 사무직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자격증을 딴 서울 송파구의 대성직업전문학교는 올해 ’북한이탈주민 단독 과정’을 운영, 13일 11명의 졸업생을 배출한다. 모두 여성에 20-30대가 대부분이다.
김씨는 북한에서 12년 간 ’재정부기’(회계)를 공부해 그나마 적응하기 쉬운 편이었지만 나머지 졸업생은 회계 지식이 전혀 없는데다 입국 2년 미만이었다.
지난해는 대성직업전문학교에 13명이 입학에 5명이 세무회계 과정을 졸업했다.
김씨는 “지금 이 과정을 희망하는 새터민 대기자들이 많다”면서 올해는 전산회계와 전산세무 등 2개 이상의 자격증을 따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학원 관계자들은 탈북자 학원생의 수업 열의가 대단하다고 입을 모았다.
탈북자를 대상으로 세무회계를 가르치고 있는 조윤준씨는 “이들이 일반 학원생보다 더 열심히 수업에 임한다”며 “새터민이라고 하면 선입견이 있지만 집중력이 대단해 기업에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보통 10% 안팎의 합격률을 보이는데 새터민 과정은 50% 이상의 합격률을 보인다”면서 기본 실력은 물론 뛰어난 단체 적응력과 응집력, 꼼꼼한 성격 등이 이들의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학원의 박민영 교육행정 과장은 “기업에서 채용 기회가 있으면 새터민 학원생을 먼저 추천한다”며 “기업에서 채용 후 만족하고 다른 학원생을 더 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또 지난해 졸업한 5명 가운데 3명이 기업에 채용됐고 1명은 배우자 창업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탈북자 취업준비생들은 그러나 매년 열리는 취업박람회에는 불만을 표했다.
김씨는 “(새터민 대상) 박람회 참여 기업 3D 업종이 대부분이라 차라리 벼룩시장에서 찾는 것이 낫다는 말도 있다”면서 “각자 능력을 적재적소에서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업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졸업생들은 이날 통일부와 노동부가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개최한 ’새터민 채용 한마당’에 참가해 원서를 썼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