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직업선택, ‘돈’보다 ‘기회’를 생각해야

기자는 지난 봄  삼천리특수여객의  정창룡 대표로부터 “새 직원을 뽑고 있으니 탈북자 중에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정 대표 역시 지난 2002년에 입국한 탈북자다. 평소 알고 있던 탈북자 몇 명에게 전화를 걸어 정 대표에게 이력서를 보내보라고 언질을 주고 한동안 잊고 지냈다. 


최근 정 대표를 다시 만났다. 그는 우선 “탈북자들을 소개 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왔다. 소개해준 탈북자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정 대표에게 그들의 업무 적응 능력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는 “탈북자들은 일하려는 의욕이 높고 뽑아 놓으면 일도 잘한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다음 말 속에 담긴 그의 속내는 조금 달라 보였다.


“탈북자들과 채용 면담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그들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보다 ‘월급이 얼마인가’부터 먼저 묻는다. 두달 전에 7명의 탈북자를 직원으로 뽑았는데, 그 중 3명은 벌써 회사를 그만뒀다. 일부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습관을 아직 벗지 못한 것 같다.”


탈북자 2만시대가 곧 열린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입국 탈북자 실업율은 13.7%로 일반 국민의 4배 수준이다. 그러나 민간 연구기관에서 조사한 내용을 보면 실제 실업율은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중 상당수는 구직활동을 포기한 장기 실업자들로 추정되고 있다.


미래의 통일조국에서 우리 탈북자들이 차지하는 몫은 작지 않다. 탈북자들의 남한정착사례는 통일후 남과 북의 제도, 물질적 통합과 함께 사회문화적 차원의 통합에도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경험이 될것이다.


때문에 정부는 현재 탈북자들의 안정적인 정착과 취업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고용지원금과 취업장려금 지급, 취업 탈북자들에 대한 의료급여 확대(입국 5년차), 무료 직업교육과 각종 취업프로그램 진행, 탈북자 출신 공무원 선발, 탈북자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 등이다. 또 종전 민간차원에서 진행되던 정착지원사업도 통일부 주도의 하나센터를 통해 더욱 확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북자들의 취업현황은 큰 개선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요인들, 즉 남과 북의 체제 차이, 문화적 이질성, 기초 지식의 차이, 개개인의 능력과 가치관의 차이 등이 혼재되어 있다.


그동안 탈북자의 안정적인 정착과 자립을 위한 사회 시스템 분야에서는 다양한 연구와 제도의 정비가 이뤄져 왔다. 그러나 탈북자 개인들의 가치관 함양 등 주관적인 요인에 대한 문제 제기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감이 있다. 탈북자들에 주어지는 취업교육이 대부분 기술교육 위주로 전개되다 보니 그들의 ‘직업관’은 아직도 북한식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북한식 ‘직장 관념’부터 떨쳐내야 한다. 북한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나 빈둥거리는 사람이나 똑같이 분배되고, 특히  90년대 이후부터는 ‘무보수’나 다름없는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때문에 북한에서 직장생활의 핵심은 직속 상관에 대한 ‘처세술’로 집약된다. 여기에 일상 생활에서마저 보안원과 보위원, 당간부들의 눈치를 봐야하니 ‘요령’  ‘아첨’ ‘기회주의’ 등 악습에 물든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는 능력만큼 인정받고, 일한 만큼 보수가 따른다. 고용주들은 기업의 이익창출에 기여하는 직원을 선호하며 신입 직원에게는 성실성과 업무파악 속도를 통해 ‘잠재적 능력’을 파악한다. 북한에서는 직속 간부에게 잘 보이기 위한 과정에서 온갖 수단을 다해야 하지만, 한국의 조직문화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오히려 동료들에 대한 불필요한 경쟁심이나 직속 상관과의 개인관계에 몰두하는 것이 오히려 유별나게 비쳐진다.


탈북자들이 한국의 직장문화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오직 본인의 ‘성실성’ 뿐이며 눈앞의 임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다. 한국에는 북한처럼 ‘평생직장’의 개념이 없다. 오직 내가 경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직종’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직장’을 구하려고 덤비기 전에 ‘직종’을 먼저 선택해야 한다. 정 대표의 지적처럼 ‘얼마만큼의 임금을 받을 수 있냐?’보다 ‘내가 평생 일할 수 있는 직종인가’를 살펴야 한다. 체계적인 업무 능력을 습득할 수 있으면 자연히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적지 않은 탈북자들은 자신의 평생 전망보다 당장의 임금에 시선을 둔다. 일부는 정부가 지원하는 초기 정착비용에만 연연해 각종 취업의 기회를 스스로 외면하기도 한다. 결국 탈북자 취업문제에서는 탈북자들의 자립 의지가 관건이다.


탈북자들 중에는 직장내 한국사람들의 ‘무시’와 ‘왕따’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에 자주 직장으로 옮겨 다니는 사람도 있다. 남과 북의 사회체제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보니 업무 방식과 직장문화 등에서 오는 낯설음은 불가피 하다. 또한 탈북자 계층에 대한 사회적 제도나 배려와 탈북자 개인에 대한 한국 사람 개인들의 관용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들 두고 ‘왕따’니 ‘차별’이니 하며 직장을 뛰쳐나오는 것은 권장할 만한 결정은 아니다. 이익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직원을 환영하는 기업은 없다. 함께 일하는 직속 상관이나 동료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탈북자들이라면 ‘죽으라는 말보다 나가라는 말이 더 서럽다’는 북한 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잔소리나 핀잔도 함께 일하자는 생각이 있을 때 나오는 소리로 결국 내가 내 역할을 알아서 하게되면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현상이다.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직장을 떠나면 다른 어디 가서도 안정적으로 일하기 어렵다. 무시를 받는다면 인정을 받을 때까지, 남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다면 같은 수준이 될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  


지나치게 자존심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도 탈북자들의 직장문화 적응에 걸림돌이다. ‘외유내강’이란 말처럼 ‘겉은 유하게, 속은 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한국식 처세술이다. 차라리 오해받고 무시받는다고 느껴질 때 잠시 멈추고 한번 더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보라는 것이 선배 탈북자들의 일관된 조언이다.


1999년 입국해 10년간 직장생활을 해온 김옥순(가명, 48)씨 는 “탈북자들이 한국 사람들의 동정만 바랄 것이 아니라, 역으로 한국 사람들의 고충을 이해할 줄도 아는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호상방조의 원칙이 서로의 화합에 도움이 됨을 깨우치는 것이다.


사실상 제도적으로는 탈북자들을 위한 취업문은 활짝 열려 있다. 선택은 탈북자들의 몫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자. 일단 부딪치면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이겨내면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직장에서 없어서는 안될 나만의 경쟁력을 갖춰보자. 


한국 입국 탈북자들이 정부가 주는 기초생활수급비와 타인의 동정심에 기대지말고 당당한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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