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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1만 명 시대, 탈북자들을 정부의 탈북자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2005년 이후 정부의 탈북자 정책은 ‘보호’ 중심에서 ‘자립·자활’ 중심으로 변화했다. 단순히 정착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보다 취업기회를 제공하는 등 남한사회 정착에 도움을 준다는 취지이다.
또한 자립·자활을 돕는 업무를 정부가 아닌 민간 및 지방정부로 이양되고 있다는 점도 큰 특징이다. 대부분의 탈북자 관련 업무를 중앙정부에서 담당했던 과거와 달리 보호와 정착, 취업 등의 업무에서 민간부문과 지방정부 영역이 확대됐다.
정부는 올해 민간 봉사기관 중심으로 탈북자 정착을 돕는 ‘정착 도우미 제도’와 거주지역을 중심으로 정착지원을 확대하는 ‘지역 정착생활 맞춤형 프로그램’에 지난해보다 5배 이상 늘어난 16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도 했다.
신임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지난달 17일 인사 청문회에서 탈북자 업무를 민간영역에 확대하겠다고 밝혀 이같은 움직임은 더욱 뚜렷해 질 것으로 보인다.
◆민간에 이전했다고 손떼나? = 그러나 탈북자들은 이같은 변화에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탈북자들은 정부가 모든 역할을 담당했을 때보다 정책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지만 전문성과 시스템 체계화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나원 교육을 받고 나오면 민간 복지관을 통해 정착 도우미를 소개받는데 도우미마다 천차만별이다. 어떤 도우미를 만나느냐에 따라 탈북자들의 운명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인간적으로 가깝게 지내면서 많은 도움을 받는 탈북자들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다. 정착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아 오히려 고생하는 탈북자도 있다.”
2005년 입국한 탈북자 이선민(가명) 씨의 말이다. 정착 도우미들에게 전문성과 노하우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 씨는 또 “나 같은 경우 도우미와 인간적으로 가까워져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서도 “이들(도우미)을 통해 사회에 적응하거나 직업을 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2003년 입국해 현재 통일부에서 탈북자들 대상으로 정착 교육을 맞고 있는 탈북자 출신 강현순(가명) 씨도 정착 도우미 제도에 대해 “이롭지 않다”고 꼬집었다.
강 씨는 “(정착 도우미들이 업무를)일반적인 봉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탈북자들을 이끄는 데 한계가 있다”며 “정착 도우미에게 교육을 더 시키든지 준비된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획취재①-탈북자 1만명 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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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인 탈북자 지원정책 필요 | |
[기획취재②-탈북자 1만명 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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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정착업무 행자부가 맡아야 | |
[기획취재③-탈북자 1만명 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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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통합정책 서둘러야 | |
이와 함께 북한연구소 김승철 연구원은 탈북자들의 사회적응을 돕기 위해 정부 또는 탈북자 주도로 만들어진 민간단체들의 비전문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대표적 조직으로는 ‘탈북자동지회’와 ‘북한이탈주민후원회’가 있다.
김 연구원은 “탈북자가 늘어나는 만큼 이들의 역할이 높은데 아쉬운 점이 많다”며 “전문성과 효율성이 떨어지고 이를 보완해줄 능력 있는 사람도 없다. 직업(소개)기관 비슷하게 변해버린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탈북자들은 민간부문에서 전문성과 노하우가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정책적 환경을 마련하고 그것을 구조화하고 체계적으로 시스템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간단체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무엇보다 시급한 조치이기도 하다.
◆정부역할 아직 중요…정착 지원 문제 있다 = 탈북자 정책이 아직까지는 정부업무에 치중돼 있는 만큼 정부의 정책적 한계에 대해서도 많은 지적이 쏟아졌다. 정부 정책이 탈북자들의 현실적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박상학 대표는 300만원이라는 초기 지급금으로는 탈북 브로커 비용을 감당하기에도 빠듯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탈북자들 대부분이 소위 말하는 ‘탈북 브로커’를 통해 입국한다는 사실로 볼 때 전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하며 “이들은 남한에 들어와 정부지원금으로 도우미비를 지불한다. (초기 지급금으로) 이를 지불하고 가전제품 놓다보면 돈이 모두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선민 씨는 “탈북자들이 입국할 때부터 브로커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것은 정부도 아는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착지원금을 분할 지급하는 것은 탈북자들에게 한국에 오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며 정부정책을 질타했다.
탈북자들은 또 정착지원금이 축소된 대신 지급하는 자립장려금 제도에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김용우(가명·2004년 입국) 씨는 “한국에 살면서 대학까지 나온 사람도 취업난에 시달리는데 탈북자들은 오죽하겠느냐”며 “변변한 직장 구하기도 힘든데 장려금을 지급한다고 떠드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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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 안됐는데 취업하라니, 탈북자 “힘들어” = 탈북자를 배려하지 못하는 법·제도적 차원의 문제는 탈북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역시 취업 및 생계활동과 관련해 문제점이 지적됐다.
황혜정(2003년 입국) 씨는 정부의 취업알선이 변변치 못해 결국 종교단체의 힘을 빌어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황 씨는 “하나원을 나와 고용안정센터에 취업신청을 했다. 연락이 오지 않아 여러 번 다시 신청했는데도 마찬가지였다”며 “그 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얼마 전 탈북한 지인이 취업한다고 해서 다시 찾았는데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탈북자 고용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며 취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노동부와 민간단체가 주관하는 탈북자 취업박람회의 경우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김용우 씨는 “취업박람회에서도 기업과 탈북자와의 눈높이가 너무 달라 취업으로 연결이 잘 안된다”며 “실질적으로 탈북자가 일할 수 있는 기업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탈북자들은 이런 문제의 이에 대해 정부가 탈북자 정착과 사회적응에 ‘땜질식’ 처방만 내놓고 있다고 말한다. 단지 취업 하는 것을 ‘적응’으로 여겨 이들의 정착과 적응에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것.
강현순 씨는 “국가에서는 당장 이 사람들을 취업시키겠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하나원에서 나오자마자 세상물정도 모르는데 취업을 하면 적응을 못할 수밖에 없다. 특히 대인관계에서부터 어려움이 생겨 견디기 힘들다. 입국 후 첫 시기가 중요한 탈북자들에게 당장 자립하고 취업하게 하기보다 사회에 적응하고 하고 싶은 일, 적성을 찾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승철 연구원도 “취업이나 직업교육보다 남한사회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입국 초기 6개월에서 1년 동안 적응교육을 한 후 직업교육을 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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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의 남한사회 적응을 위해 이들의 정신건강 개선을 위한 제도적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박민호(가명·2000년 입국) 씨는 “탈북자들은 북한사회와 제3국 생활을 거치면서 겪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남한에 와서도 계속된다”며 “적응교육 과정에서 이를 치료해줄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 씨 역시 “탈북자들의 경우 정신적으로 고통 받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치료와 교육이 필요하다”며 “(탈북)초기에 이같은 문제에 주력하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탈북자들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통합 정책과 탈북자 개인 노력 함께 가야 = 탈북자들은 탈북자 정책을 통한 사회통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탈북자들은 ‘탈북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사회구성원으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승철 연구원은 “정부와 민간, 기업이 탈북자와 일촌맺기 등을 진행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며 “탈북자 스스로 그 통로를 만들기 힘들기 때문에 사회 전체적으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우 씨는 “언론에서도 지속적으로 남북문화 합의점 찾고 인정해야 한다”며 “우리사회가 탈북자를 수용할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함께 탈북자 스스로 각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뒤따랐다.
박상학 대표는 “탈북자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사실 고맙고 감사할 일”이라며 “정책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탈북자 개인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탈북자들은 생명을 무릅쓰고 남한에 입국하면서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 하지만 생명에 대한 불안 같은 게 없어서인지 쉽게 초심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탈북자 개개인이 초심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 연구원도 “솔직히 탈북자들의 자세가 부족한 면도 있다”며 “정부 지원만 믿다가 적극성이나 열성이 떨어지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