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착 탈북자들에게 지급해왔던 정착금을 그에 상응하는 물품으로 대체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 법률안이 24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통외통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되자 탈북자들이 이에 불만을 토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화영(李華泳)의원은 ‘북한이탈주민 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제출하면서 “우리 사회 경제 실정을 파악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정착금의 과소비 등 비합리적 소비행태를 방지하고 안정적인 조기 정착을 지원하기 위하여 기존의 ‘정착금 지급’을 ‘정착금 또는 그에 상응하는 가액의 물품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번 법안이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내년부터는 그동안 탈북자들에게 현금으로 지급돼왔던 정착금 중 일부가 정부가 구입한 물품을 일괄 지급하는 형태로 전환되는 것이 가능해진다.
현재 탈북자 1인당 물품구입비용 300만원이 지급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 액수의 절반 또는 그 이하 수준에서 물품지급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초기정착 지원을 위하여 지급되는 정착금이 탈북 브로커에게 유입되거나, 채권 확보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착금의 압류, 양도, 담보 제공을 금지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탈북자는 자유를 찾아온 사람들인데, 강제 지급형태가 이루어진다면 자유로운 선택권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탈북자동지회 김성민 회장은 “정작 식량과 생필품이 필요한 북한에는 현물이 아닌 현금을 안겨주면서 탈북자들에게는 물품지원하는 것이 우습다”면서 “탈북자들의 소비행태가 문제가 있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교육과 장기적 지원 등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탈북자들도 자주적인 주체로서 한국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러한 정책은 탈북자들의 정착 의지를 꺾어버리는 처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정착지원과 관계자는 “그동안 새터민들이 우리 사회에 적응이 안된 가운데 현금만 지급되면서 비합리적인 소비행태가 이루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면서 “물품지원 등이 법률적으로 허용될 경우 다양한 개선방안이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당장 현실화되거나, 탈북자의 의사를 반해서 시행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충분한 의사 수렴을 거쳐 취사도구 등 생필품 수준에서 정부의 대책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을 이탈한 북 주민이 제3국에서 보호를 받고자 하는 경우, 본인이 직접 신청하도록 돼있는 현재 법률안을, 당사자주의를 원칙으로 하되 제3자를 통한 보호신청이 가능하도록 하는 개정안도 이날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됐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