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2시 국회에서 ‘북한자유이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의원연맹(IPCNKR)’ 상임공동대표인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의 주최로, 탈북자 문제를 고발한 다큐멘터리 ‘천국의 국경을 넘다’의 특별시사회가 개최됐다.
‘천국의 국경을 넘다’는 조선일보 특별취재팀이 2007년 5월부터 10개월간 중국, 러시아, 라오스, 태국, 일본, 영국, 미국 등 전 세계 9개국에 흩어져 있는 탈북자들을 밀착 취재해 이들의 인권실태를 고발한 영상보고서이다.
총 87분 분량으로 편집된 영상에는 탈북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고 있는 목숨 건 사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중국에서 라오스를 거쳐 태국까지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한 18세 소녀의 이야기, 중국 돈 5천원에 두만강에서 사고 팔리는 25살 북한 여성, 중국으로 팔려와 10여년 가까이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탈북여성과 그들의 무국적 자녀들, 밀수를 눈감아 줄 뿐 아니라 직접 가담하기도 하는 북한의 국경 경비대원, 자신들이 도망쳐 나온 벌목장에 다시 잠입한 러시아의 탈북 벌목공들의 이야기가 스크린에 펼쳐졌다.
뇌성마비에 걸린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위조여권을 만들어 태국으로 떠나려는 탈북 여성 금희 씨의 사연에서는 객석에서도 흐느낌이 새어나왔다. 8년 전 북송 당시 강제 낙태를 당했던 금희 씨는 자신의 아이를 죽인 그 땅에서는 도저히 살 수 없었노라고 재탈북의 이유를 밝혔다.
이날 시사회를 관람한 국가인권위원회 안경환 위원장은 기자와 만나 “북한인권문제와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협조하고 있다”며 “이번 다큐멘터리가 국민들에게 (탈북자 문제의) 심각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탈북자 강금옥(50. 2003년 입국) 씨는 “이런 내용이라는 것을 들어서 알고 왔지만 실제로 보니 내 일처럼 마음이 아팠다”며 “두만강을 넘어 중국에서 갖은 고생을 하고 한국에까지 오게 된 일이 머릿속에서 한순간에 스쳐 지나갔다”고 소감을 밝혔다.
학교 차원에서 단체관람 온 서서울생활과학고의 박하나(18) 양은 “처음 알게 된 이야기”라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중국에서 태국으로 탈출하는 장면에서 마음이 가장 아팠다”며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시사회에는 김형오 국회의장 내정자,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진영 의원 등을 비롯한 국회 관계자, 외신 기자, 탈북자, 북한인권단체 관계자 등 3백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행사를 주최한 황우여 의원은 “작년 대선 직전 수백 명의 탈북자들이 벌금을 내지 못해 태국 수용소에 수감되어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태국으로 가 이들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다”며 “막상 가보니 수용소 시설이 굉장히 좁고 열악했다. 그러나 이들은 자유를 찾았다는 생각 때문인지 오히려 얼굴이 밝았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그러나 아직까지 수십만 명의 탈북동포들이 태국에도 들어오지 못하며 생지옥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며“오늘 시사회를 계기로 지난 17대 때 통과하지 못한 북한인권법과 탈북이주민들의 정착에 관한 지원법 등의 통과도 힘을 얻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한나라당은 북한 인권에 대한 입장을 국제사회에 나타내면서 남북관계도 퍼주기보다는 줏대를 가지고 추진해나가겠다”며, 그러나 “대북 지원은 정치적 판단보다는 동포애, 인도주의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리하나선교회 천기원 목사는 “처음 북-중 국경에서 얼음에 빠져 죽은 탈북자를 본 지 13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탈북자들의 실상은 전혀 변한 것이 없다”며 “지금까지 탈북자 문제에 관해 외국 언론에서는 많이 보도됐지만 한국에서는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시사회도 미국, 영국, 일본에서 시사회가 먼저 추진됐는데 이렇게 한국 국회에서 먼저 시사회를 열게 돼 다행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