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용 하나의원 정신과 공중보건의 ⓒ데일리NK |
초창기 하나의원의 ‘정신과’를 찾는 발걸음이 뜸했던 이유다. 때문에 탈북자들과 친밀감을 쌓는 것이 치료보다 우선이었다고 정신과 공중보건의 전진용(35) 씨는 22일 데일리엔케이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상담이라는 인간적인 치료를 할 수 있어 정신과를 선택했던 전 씨. 그가 하나의원에 지원하기 전까지는 ‘하나원’은 생소했다. 더욱이 탈북자들과는 만난 적도 없었다. 색다르고 보람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지원결심을 한 그가 올해로 하나의원에서 3년째를 맞았다.
전 씨에겐 처음 모든 게 녹록치 않았다. 가장 힘들었던 건 언어와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었다. 정신과를 찾은 한 탈북자가 ‘많이 아프다’를 ‘바쁘다’고 표현했던 탓에 어리둥절했다는 전 씨다.
그는 “‘가글하세요’, ‘X-ray’ 같은 말을 다시 다른 말로 설명해드려야 한다거나, ‘냉침이 올라온다’, ‘속에서 무언가 돌아다닌다’등 통증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 처음엔 애를 먹었어요” 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질병에 대처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었다. 소화가 안 될 때 스스로 뜸을 뜬다든지, 피부염에 치약을 바르고 빨리 낫기 위해 약을 한꺼번에 먹는 일도 있었다.
“한번은 탈북자분들에게 ‘스트레스 받는 분들 상담하러 오세요’ 라고 했더니 ‘선생님, 저는 스트레스 못 받았는데 어디 가서 받나요?’ 하시더라고요. 외래어가 생소한 나머지 스트레스를 하나원에서 나눠주는 물건으로 착각하신 거죠.”
탈북자들과 친밀감이 쌓이면서 의사소통이 자유로워지자 그를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그는 “탈북자들의 상담내용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라고 말했다.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목숨을 걸었지만 도착하기 불과 몇 달 전에 어머니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부터, 함께 운 좋게 탈북 했지만 몇 년씩 헤어져 있어야 하는 가족들까지. 탈북과정에서 느꼈던 긴장과 불안, 새로운 환경에 대한 막연한 걱정, 가족과의 이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모두 세밀한 치료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전 씨는 말했다.
탈북자들에 대한 안정적인 치료를 위해선 하나의원 내 전담의사 채용이 시급하다고 전 씨는 지적했다.
“공중보건의가 아닌 전담의사를 채용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공중보건의 선생님들의 근무지 이동이 잦으면 진료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새로 온 선생님들이 적응 기간을 거쳐야 하는 문제가 있으니까요.”
하나의원은 하나원에 공중보건의가 배치되면서 2004년 탄생했다. 초창기 하나원에는 의무실만 있었고 간호사 1명이 모든 진료를 담당하기도 했다. 내과, 치과, 한방과로 시작해 2008년 정신과가, 다음 해 2009년 산부인과가 개설됐다.
현재 의사 7명, 간호사 5명, 간호조무사 1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인원과 시설이 부족하다고 전 씨는 주장했다.
인터뷰 말미 전 씨는 “하나원 진료를 하면서 막연했던 통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며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많은 사람들이 탈북자들을 많이 접해보고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탈북자들을 보면서 같은 민족이라 해도 단기간에 적응하기에는 너무 다른 언어와 문화권에 살아왔음을 느낀다”며 “통일이 되면 이런 혼란이 더 심각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