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문제 거론하면 표 떨어질까 벌벌떠나”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북송을 비난하는 여론이 국내외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탈북자 북송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표밭으로 달려갔다. 국회대표단이 제네바에서 탈북자 북송저지 활동을 벌이고 있고 새누리당 의원 몇몇이 중국대사관 앞에서 릴레이 시위를 벌이지만 참여는 제한적이다.


탈북자 문제에 대한 국회의 미온적인 태도는 무기력한 보수 여당과 친북좌파와의 연대에 몰두하는 야당의 본질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이제 정치권에서도 북한인권과 납북자 운동을 펼쳐온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이미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은 6.25 납북자 가족들에게는 여장(女將)으로 꼽힌다. 그가 최근 4.11총선 새누리당 비례대표를 신청했다. 이 이사장은 어릴적 사고로 장애가 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북으로 끌려가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허스키한 목소리에서 아버지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을 느낄 수 있다.    


14일 동대문구 청량리에 위치한 가족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 이사장은 어느 때보다 세련돼 보였다. 새로움을 준비하는 풋풋함 같은 게 묻어 난다. 그러나 이날도 항상 하던 말을 했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현장에서 경험하고 느낀 점을 국민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어요.”


그는 최근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국회의원들이 앞장서지 않는 모습에 대해 ‘비겁’이라는 표현을 썼다. “국민의 대표로 나간 대의 민주정치인데, 왜 가만히 있는 모르겠다”면서 “젊은 층이 좌파세력의 선전선동에 넘어가는 현상을 보면서 탈북자 문제를 거론하면 표가 떨어질 까봐 걱정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탈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 게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중국 국민들이 탈북자들이 북송되면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탈북자 강제북송을 반대할 것”이라며 “그러면 중국 정부도 탈북자들을 쉽게 북송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국민의 마음을 얻는 방법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지난 10년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바꾸기는 했지만, 북한에게는 각인시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가) 약하게 보이면 더 도발하는 것이 북한”이라며 “천안함, 연평도와 같은 북한의 도발에 확실하게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은 잘못 됐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에게 장애 여성의 한계는 없었다. 정부도 ‘나 몰라라’하던 납북자 문제를 남북관계 주요 해결 과제로 만든 집념을 보여줬다. 그는 납북자 운동과 18년 동안 어린이집을 운영한 경험과 노하우를 관련 의정 활동에 담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게 국회의원에게 필요한 것이 뭐냐고 물었다. 이 이사장은 “자신보다 나라를 먼저 걱정하는 것이 기본이다. 국민들 걱정에 밤잠 설칠 마음이 있어야 한다”면서 “최루탄을 터뜨리고 해머로 문짝을 부수는 폭력은 원시인들이 하는 정치이다. 기본을 갖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이미일 이사장은 국회의원들이 탈북자 문제에 나서지 않는 것은 ‘비겁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조종익 기자

-새누리당에 비례대표를 신청한 계기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고, 자랑스러워 하지 않는 세력이 많다. 그래서 한국 정치가 위기라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가족회 활동을 하면서 누구보다 북한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가지고 있어 통일에 기여할 수 있을거라 판단했다.


특히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현장에서 경험하고 느낀 점을 국회에서 전달하고 싶었다.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 있는 국회의원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더 많은 국회의원들이 관심을 갖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금 한국 사회 이슈는 복지다. 18년 동안 어린이집을 경영해봐서 복지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복지는 최대한 효율적으로 해야 하고, 수혜자들이 만족하는 복지정책을 해야 하는데, 지금 정치권에서 얘기하는 복지는 말도 안 되는 포풀리즘이다. 그동안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대한민국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비례대표를 신청했을 때 주위의 반대는 없었나. 



“어머니와 친지들은 처음에 반대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가족회 회원분들은 너무 좋아하고 많은 격려를 해주고 있다. 전시납북자 문제뿐만 아니라, 북한 문제, 복지 문제 등 그동안 활동한 경험을 가지고 정직하고 올바르게 맘껏 해보라고 격려해준다. 지난 총선에서도 가족회원들이 권유가 있었지만,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신청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위기를 보고 관망만 하는 것도 겸손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주위의 격려와 도움이 많은 힘이 되고 있다.”

-당선되면 전시납북자 가족들에게도 큰 힘이 될 것 같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지난 정부 10년 동안 홀대를 받아왔다. 현 정부 들어서 2010년도에 전시납북자 특별법이 제정돼 가족들에게 그나마 위안이 됐다. 하지만 대선에서 어떤 성향의 정부가 들어설지 모른다. 다시 좌파정권이 들어서면 이 문제를 보수우익, 정치적인 문제로 인식해 진상규명위원회의 역할을 축소하거나 없앨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닌 인권의 문제다. 이 문제는 진실과 거짓의 문제로 봐야지 정치적인 문제로 결부시켜 봐서는 절대 안 된다. 국회에 들어간다면 이 문제에 대한 진실을 말할 것이고, 특별법이 잘 시행될 수 있도록 지켜볼 것이다. 바로 전시납북자에 대한 진상규명과 진실을 밝히고 알리는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공천을 신청한 것만으로도 가족회나 북한인권 운동 진영으로 봐서도 발전이라 생각한다.”

-탈북자 문제가 국제적으로 이슈화되고 있지만, 국회의원의 참여와 관심은 저조하다.



“대한민국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조직력과 선전선동이 강하다. 말도 안 되는 사건을 포장해서 대단한 문제, 자기들의 주장이 진실인 것처럼 국민들을 현혹한다. 반면 보수우익 세력들은 진실을 얘기하는 데도 노력과 용기가 없다.

젊은 층이 좌파세력의 선전선동에 넘어가는 현상을 보면서 탈북자 문제를 거론하면 표가 떨어질 까봐 걱정하고 있는 것 같다. 젊은 층의 잘못 된 생각과 판단에 대해서는 올바르게 가르쳐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은 비겁하다. 국민의 대표로 나간 대의민주정치인데, 국민들의 뜻이 그렇다고 생각해서 가만히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광우병 촛불시위, 한미FTA 반대 시위를 보면 참가하지 않는 국민이 더 많다. 비록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에 대해 소수의 목소리만 들리지만, 옳고, 진실된 문제에 대해서는 용기있는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탈북자 문제 해결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 문제가 국제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다. 이제는 중국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중국이 해결의 키(key)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중국 국민들이 탈북자들이 북송되면 가혹한 처벌과 탄압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중국 국민들도 북송을 반대할 것이다. 중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선전도 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면 중국 정부도 쉽게 북송하지 않을 것이다.

개와 고양이도 애완동물로 애지중지 보살피는데, 탈북자의 목숨도 중요하다는 것을 중국이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정부도 끊임없이 중국을 설득하고, 다른 것과 연계해서 탈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외교적 마찰 때문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 못된 것이다.

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중국 정부도 탈북자 문제 때문에 골치 아플 것이다. 그러면 우리 정부가 비용을 모두 부담할 테니 한국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해 중국이 어떠한 것에 반응하는지 살펴야 한다. 한 가지만 가지고 물고 늘어지는 것보다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전시납북자특별법이 2010년 제정됐다. 너무 늦어 정부에 서운한 점도 있었을 텐데.



“현 정부는 전쟁납북자의 존재를 인정했고 특별법을 제정하고,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진실을 남기려 노력해 서운한 점은 없다. 반면 지난 10년 정부는 인정하지 않고 가족들을 외면해 많이 힘들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특별법이 제정됐을 때 연로하신 가족들을 불러 위로라도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몇 차례 제안을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특별법 제정은 이 정부가 정말 잘 한 것이다. 전시납북자의 진실을 후대에 남기고 잊지 말고 기억자하고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우리 같은 단체를 불러 위로하고 다독거리는 것이 국민 화합이고 대한민국 정통성을 얘기하고 현대사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인데, 아쉬움이 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한다면. 


“지난 10년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바꾸기는 했지만, 북한에게는 각인시키지 못한 것 같다. 천안함, 연평도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대북제재를 가했다. 그러면서도 한쪽으로는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대화로 남북관계를 풀자고 하는 것은 대북정책 원칙에도 맞지 않고, 무엇보다 천안함, 연평도 유가족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결코 이 문제는 북한과 대화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 유감스러운 부분이다. 또한 북한의 도발에 대해 확실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은 잘못 됐다. 약하게 보이면 더 도발하는 것이 북한이다. 확실하게 대응해 북한이 다시는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했어야 했다.”

-국회의원이 되면 어떤 활동을 하고 싶나.  



“북한인권, 납북자, 북송 재일교포 문제 등 북한 문제 전반에 관심이 많다. 지금 북한 주민의 생활은 그 자체가 감옥이다. 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먹고 사는 문제에 걱정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통일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통일재원 마련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에 대한 올바른 조명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선진국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 또한 장애인, 여성복지 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보고 싶다.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가 충분히 투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회의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다. 그러면 첫째로 나라를 먼저 걱정하고 국민을 걱정하는 마음이 투철해야 한다. 국민들 생각에 밤잠 설칠 마음이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국민과 소통을 잘해야 한다. 의원들은 예산을 책정할 때 지역구에 많이 유치하기 위해 애쓴다. 꼭 필요한 것이면 모르지만, 지역 이기주의에 편승해 무조건 예산을 늘리고 보는 성향이 강하다. 지역 이기주의는 결코 나라를 위하는 것이 아니다.


셋째로 의원들 사이에서도 기본적인 예의를 지켜야 한다. 최루탄을 터뜨리고 해머로 문짝을 부스는 등 기본이 안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고 외국 여행은 같이 잘 간다. 이런 정치인들은 더 이상 안 된다. 또한 품위 없이 막말하고 상대방을 모욕하는 국회의원도 많고, 정기국회나 임시국회가 열리면 빈자리도 많다. 의원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최소한 국민들이 창피하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이 돼서는 안 된다. 이 모든 것은 덕목이 아니라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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