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먼저 온 ‘통일’…’착한·착근’ 사례 늘려야”








▲정옥임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이사장.


탈북자 2만 6천 명 시대. 탈북자 출신 첫 국회의원이 나올 만큼 이들은 더 이상 대한민국 사회의 이방인이 아닌 당당한 한 주체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들의 성공적인 정착은 우리 사회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탈북자들의 초기 정착을 돕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정옥임(사진) 이사장은 지난 6일 데일리NK와 인터뷰에서 국내 정착한 탈북자들에 대해 “먼저 온 통일이다. 통일의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탈북자들이 향후 통일을 준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재단 이사장에 선임된 정 이사장은 3년 임기에 이벤트성, 전시성 행정이 아닌 탈북자들의 자립·자활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지원정책으로 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그는 탈북자들이 자유민주주의, 시장주의, 법치주의에 적응해 성공적으로 대한민국에 정착한다는 의미인 ‘착한(着韓) 사례’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 이사장은 “탈북자들이 자유민주주의, 시장주의, 법치주의에 착근(着根)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자립·자활할 수 있도록 말이다”면서 “이들이 착근하는데 씨앗을 뿌려주고 있다는 긍정적 인식을 주는 것이 통합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다수의 탈북자들이 자립·자활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다만 이질적인 체제로 들어와 적응하는 문제가 가장 큰 어려움이다”면서 “여기에 경제적, 건강, 심리적 어려움도 있다. 재단은 초기 정착에서 생활안정키트(kit)를 제공할뿐 아니라 의료·교육·취업 지원을 하고 있으며 청소년들에게 장학금 사업, 취업 바우처, 정보화 교육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탈북자 정착지원의 문제로 재입북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북한이) 가족을 인질로 삼고 협박하는 경우 때문에 발생한 경우가 많다”면서 “(재입북 탈북자는) 극소수에 불과할 뿐 대다수의 탈북자들은 (남한 사회에) 만족하고 있다. 여론조사를 했는데 만족도가 96% 이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탈북자 지원 업무를 하는 곳이 19곳이 되는데,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곳이 없다”면서 “정책적으로 조정이 필요하고 특히 청소년, 여성 탈북자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북한이 우리의 연례적 훈련인 한미연합훈련을 문제 삼으며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재고할 수 있다고 위협한 것에 대해 정 이사장은 “북한 정권은 신뢰할 수 없다”면서 “연합훈련이 시작되면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관련, 극단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도 있는데, 제발 ‘기우(杞憂)’이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체제에 대해선 “예단하기는 이르다”면서도 “나이가 젊다는 것 때문에 안정성에 의구심이 들고, 핵-경제 병진노선에 집착하면 안정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정옥임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국내 입국 탈북자가 2만 6천 명을 넘었다.


“탈북자는 먼저 온 ‘통일’이다. 이들이 성공적으로 자립·자활하는 것을 북한 주민들도 보고 있을 것이다. 이들의 성공적 정착과 자립·자활이 북한 주민에게 주는 함의는 대단히 크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통일의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12년부터 국내 입국 탈북자 수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북한 정권의 국경 통제 강화도 한 변수로 보인다. 하지만 단순화해서 볼 수 없는 것이 기존에는 중국에 장기간 있던 탈북자들이 입국했기 때문에 증가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기간 내 입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지난해에만 탈북자 재입북이 5차례 있었다. 왜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고 보나.


“탈북자들은 북한에 가족, 친지들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음속의 짐, 부채의식 같은 것이 있다. 가족을 인질로 삼고 협박하는 경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탈북자들이 정착 과정에서 여러 지원을 받지만,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어려움, 상대적 박탈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극소수에 불과할 뿐 대다수의 탈북자들은 만족하고 있다. 여론조사를 했는데 만족도가 96% 이상이다. 재입북자를 동원해 대남 비난 기자회견을 하는 것 자체가 북한이 주민들의 탈북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라고 보나.


“대다수의 탈북자들이 자립·자활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다만 이질적인 체제로 들어와 적응하는 문제가 가장 큰 어려움이다. 여기에 경제적, 건강, 심리적 어려움도 있다. 재단은 초기 정착에서 생활안정키트를 제공할뿐 아니라 의료·교육·취업 지원을 하고 있으며 청소년들에게 장학금 사업, 취업 바우처, 정보화 교육도 지원하고 있다. 탈북자 중 70%가 여성임을 감안해 여성 쉼터도 운영하고 있다.”


-탈북자 지원 업무와 관련된 기관이 19곳이 된다. 업무 중복은 물론 예산 낭비라는 비판도 있다.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하지만 당면한 여러 문제를 조율할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곳이 없다. 정책적으로 교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청소년, 여성 탈북자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절실하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합의했음에도 한미연합훈련을 문제 삼으며 합의를 재고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한미연합훈련과 겹치는데도 합의를 한 것을 보면 북한이 그만큼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경제적 지원이 절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북한 정권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연합훈련이 시작되면 상봉행사와 관련해 극단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도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우’이기를 바랄 뿐이다. 만약 극단적인 행동을 하면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완전히 소외될 수밖에 없다.”


-이산가족 상봉이 3년 4개월 만에 재개되면서 남북관계가 잘 풀릴 것이란 기대가 있는데.


“그렇게 되기를 기대한다. 북한을 위해서도 통일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또한 북한 주민과 궁극적인 통일을 위해서도 남북관계가 잘 풀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2월 임시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이 최대 이슈로 부각됐다. 통과 가능성을 어떻게 보고 있나.


“야당 대표도 북한인권법을 언급한 만큼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통과가 되더라도 인권법인 만큼 인권증진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인권에 관한 보편적 가치의 의미, 국제적 준거에 맞은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은 인도적 지원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하는데 정치는 ‘타협의 예술’이라고 한다. 인권과 인도적 지원이 들어가면 된다. 다만 인도적 지원은 북한 주민의 삶과 복지에 순기능을 할 수 있는 지원이어야 한다.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김정은 체제에 대해서 어떻게 전망하나.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불안할 것 같다. 나이가 어린 점도 안정성에 의구심을 들게 한다. 또한 안정화 되려면 경제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핵을 포기하고 민생과 경제를 택하면 안정화가 되는데 핵을 가지고 있으면 국제적 지원은 요원하다. 핵-경제 병진노선에 집착하면 체제 안정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임기 내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먼저 온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탈북자들이 자유민주주의, 시장주의, 법치주의에 착근(着根)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자립·자활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들이 착근하는데 씨앗을 뿌려주고 있다는 긍정적 인식을 주는 것이 통합의 단초가 될 수 있다. 특히 청소년, 여성 탈북자들이 다수인데 이들이 자유민주주의, 시장주의, 법치주의에 적응해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는 의미인 ‘착한(着韓) 사례’를 늘려갈 것이다. 더불어 자립·자활을 견인할 수 있는 이벤트성, 전시성이 아닌 실질적인 지원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