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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내 새끼. 선희야 사랑해. 우리가족 조금만 있으면 만날 수 있을꺼야”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남편의 목소리에 부인과 어린 딸은 목이 메인다.
“여기 고기반찬이 매일 나와. 하루에 샤워도 5번 시켜줘”
이역만리 타향 땅에서 겪는 차디찬 교도소 생활이 쉬울 리 만무하지만, 아빠는 잘살고 있다면서 몇 번이고 가족들을 안심시킨다.
탈북자 구출 활동을 펼치다 체포돼 3년 6개월째 중국 감옥에서 수감중인 최영훈(43세) 씨와 가족들은 지난 16일 전화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고 또 물었다.
최 씨는 지난 2003년 1월 체포돼 ‘불법 월경 조직죄’로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함께 수감됐던 석재현(36세. 프리랜서 사진작가)씨는 지난 2004년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지금도 옥중 생활을 견디고 있는 최 씨는 사람들에게서 점점 잊혀져 가고 있다.
남편의 구명운동을 펼치며 두 딸을 홀로 키우고 있는 최영훈 씨의 부인 김봉순(39세) 씨를 23일 서울 중화동 집에서 만났다. 가족들은 햇볕이 잘 들어오지 않는 반지하방에 월세를 얻어 살고 있었다.
김 씨는 “남편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나 한 것일까”라며 초조한 심경을 먼저 드러냈다. “몸도 좋지 않은데 밥이나 제대로 먹고 있는지 몸은 편안한지…”라며 남편에 대한 걱정도 연신 감추지 못했다.
정부 무관심으로 흐른 세월이 벌써 3년 6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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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딸 수지양은 “다른 바램은 아무것도 없어요. 아빠가 빨리 돌아올 수 있기만을 바래요”라며 엄마의 두 손을 꼭 맞잡는다. 아빠의 빈 자리를 느껴서인지 사춘기 나이답지 않게 의젓한 모습이다.
최영훈 씨 가족은 지난 2002년 말 중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1998년 중국으로 먼저 간 최 씨가 중장비 사업으로 기반을 다지고 이후 가족도 중국에 정착했다. 그러나 두달만에 최 씨가 체포되고, 김 씨와 두 딸은 한국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부인 김봉순 씨는 “1인 시위도 하고 구명운동도 해봤다. 탄원서도 수차례 보냈다. 하지만 이제는 살기도 어려워 제대로 할 수도 없다”면서 그간의 어려웠던 세월을 토로했다.
김 씨는 “보통 다른 사람들의 경우 정부의 노력으로 형기가 반으로 줄어 돌아오곤 했다. 그런데 왜 내 남편은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느냐?”며 “벌써 형기 5년중 4년이 다되어간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김봉순 씨는 “정부는 매번 노력하고 있다, (중국)지역이 달라 시간이 걸린다, 조직 인원수가 다르다는 등의 알수 없는 추상적인 이유만 들면서 미루고 있다. 아예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면서 남편의 구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정부가 이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씨는 “이제는 남편이 형기를 다 마친 후에도 제대로 돌아올 수나 있을는지 그것이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쉰다. 정부에 대한 기대도 이제는 버린 듯했다.
“풀려나서도 탈북자 구출활동 계속할 것”
“난 내가 했던 활동에 대해 후회하지 않아. 그리고 지금 이곳에서도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
최영훈 씨는 며칠 전 부인과의 통화에서 탈북자 구출활동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석방된 이후에도 탈북자 구명활동을 계속할 것이라는 의지를 나타냈다.
김봉순 씨는 “본인 의지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라면서도 어려운 길에 또 뛰어들려는 남편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수지 양은 “그런 아빠가 자랑스럽다”며 당차게 답한다.
현재 최영훈 씨는 비록 전보다 체중은 훨씬 많이 줄었지만 심리적으로 많이 안정된 상태라고 부인은 전했다. 하지만 최 씨는 당뇨, 천식, 고혈압을 앓고 있는 상태. 김봉순 씨는 “하루라도 빨리 제대로 된 치료를 받게 하고 싶다”며 오늘도 남편의 구명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현재 최영훈씨 가족들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구명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영훈구명운동본부 인터넷카페 cafe.daum.net/cyh4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