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국회의원에도 도전한다..선출직 첫 도전

탈북자 출신 인사가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탈북자로서 선출직 공직에 도전하는 첫 사례라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측은 설명했다.

입국 후 만 8년째에 접어든 윤승길(39)씨는 4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달 30일 선거관리위원회에 한나라당 당원으로서 주소지가 있는 서울 강서구을(乙)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고 밝혔다.

윤씨는 그 동안 자신의 신분이 북한에 알려질 경우 북한에 두고 온 가족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때문에 입국 초기부터 최근까지 ‘정수반’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해 왔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정치에 꿈을 두고 나름대로 준비를 해 왔다”는 윤씨는 자신의 가명인 정수반도 “‘바른 국가수반’을 뜻하는 것으로, 북한에서 살던 1997년에 지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한자명은 바를 정(正), 머리 수(首), 나눌 반(班)이다.

윤씨는 “요덕 수용소 출신인 김영순씨가 선거운동 사무장을 맡기로 하는 등 탈북자들이 도와주고 있다”며 “조만간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에 등록서류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17대 총선 때도 출마하려 했지만 당시 후원자들이 부족해 결심을 접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엔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여러 탈북자들과 실향민들이 후원금을 보내주고 있고, 후원회 계좌도 개설했다.

윤씨는 이들의 도움으로 공천심사 비용을 낼 계획이며 1천500만원의 후보등록비나 선거자금도 모자라면 이들에게 도움을 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선 가능성을 묻자 윤씨는 “선거는 ‘돈잔치’라 아직은 모르겠다”고 말하고 “그러나 당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번 출마를 통해 국민에게 통일의 채비를 신속히 갖춰야 한다는 점을 인식시키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탈북자를 ‘통일인’이라고 부르면서 “한국에 정착한 1만여명의 통일인은 전체 국민의 4천700분의 1밖에 안 되지만, 통일을 위해 1명이 100명에 맞먹을 정도로 귀중하게 쓰여야 할 존재이므로 이들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1명 이상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1948년 한국의 초대국회는 통일에 대비해 총 200개의 의석 중 북한지역에 해당하는 100석을 공석으로 남겨두는 배려를 했었다는 점에서, 60년이 지난 이번 18대 국회에는 북한 출신 통일인이 선출돼 북한지역 인민을 대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씨가 후보 예비등록을 한 강서을 선거구에는 한나라당에서 비례대표인 고경화 의원, 대통합민주신당에서 노현승 의원 등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윤씨는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도전 의지를 보였다.

그는 당선되면 어떤 의정활동을 할 것이냐는 물음엔 “국회에 들어간다면 지금까지 경험을 바탕으로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남북경협과 탈북자 지원을 위해 힘 쓰겠다”며 “탈북자정착지원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비무장지대를 중심으로 한 남북평화지대법 제정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서 살던 시절부터 정치가의 삶을 꿈꿨고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왔다”고 거듭 자신의 오랜 정치인의 꿈을 강조하고 “어떤 당이든 여러 정당에서 정치에 참여하는 탈북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씨는 북한에서 살 때 출신성분이 좋지 않았던 탓에 어릴 적 가족과 함께 평양에서 함북 온성군으로 추방돼 30년 넘게 그 곳에서 살다가 2000년 2월 탈북해 같은해 10월 입국했다고 한다.

북한에 부인과 딸을 둔 그는 현재 북한음식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