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구색맞추기 ‘새터민 정착권고’ 그만 두시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가 9일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의 한 분야로 국내 새터민 권고안을 발표하자 탈북자와 관련 복지단체들이 기존 정책을 되풀이 하는 형식적인 권고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가인권위는 이날 새터민에 대한 향후 국가정책 방향으로 ▲새터민 청소년 교육지원 ▲사회적 약자, 소수 새터민을 위한 보호대책 마련 ▲새터민 조기정착을 위한 가족관계법령 정비 ▲새터민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한 대국민 교육실시 등을 제시했다.

인권위 발표에 대해 탈북자들은 한 목소리로 “이러한 정책은 이미 정부나 민간에서 실시하고 있는 데다, 구체적 지원 사업 계획이 적시되지 않아 형식적인 권고에 머무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가보안법이나 양심적 병역거부 등에서는 전향적인 판단을 내리면서 북한인권과 탈북자 정책은 정부 눈치보기로 일관하면서 구색맞추기용으로 만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새터민 지원 사업을 6년 동안 진행해 온 공릉복지관 김선화 부장은 “현재 탈북자들에 대한 정착지원 계획은 정부를 비롯해 복지관에서 이미 마련되어 추진되는 과정”이라며 “인권위의 정책 권고는 현재 진행되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의 반복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놓친 부분 제기해야

김부장은 “청소년 교육을 위한 한겨레학교가 개교 준비중이며 새터민을 포함해 어려운 사람들에게 이미 기초생활 수급지원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지원 계획이 없이 특별한 대우가 필요하다는 정책 권고는 뒷북치기”라고 비판했다.

또 김부장은 “새터민이 발생하는 근본 이유를 밝히고 정부가 어떤 정책을 취해야 하는지 이야기해야 한다”면서 “탈북자 정책에 대한 전향적인 지원체계 구축과 사회통합 방안, 재중 탈북자에 대한 지원방안을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북자 단체인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박상학 사무국장은 “새터민 문제는 사회적인 관심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힘 있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인권위의 정책권고는 새터민 지원 필요성에 대한 인권위의 의지가 결여돼 있다”고 말했다.

가족관계 법령에 대한 정비 권고안 또한 이미 여야가 개정 법률안을 제출한 상태여서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2003년 입국한 김철진(가명 35)씨는 “2003년 입국 당시부터 지금의 아내와 같이 살고 있는 사실혼 관계였으나, 북한 가족과의 이혼처리가 되지 못해 혼인신고를 하지 못했다”면서 “정부에서 법이 개정될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까지 개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은 인권위 권고안에 대해 “인권위가 북한인권 등에 대해선 입을 다물면서 국보법 폐지, 교사의 정치활동 등 정치적 부분에 치중했다“며” “인권위는 인권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발표와 관련 국가인권위 서보혁 북한인권 전문위원은 “발표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언급할 수 없다”고 간단히 언급했다.

김용훈 기자 kyh@dailynk.com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