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공관진입 가격은 300만원

“직업은 탈북자 알선입니다. 한국행이 거의 보장되는 중국 내 외국공관 진입의 공정 가격은 약 300만원입니다.”

’탈북자 브로커’가 아닌 ’탈북자 도우미’로 자신을 소개한 이 모씨(33.서울 양천구신정동)는 “2년 전 탈북자 신분으로 입국 후 3국을 유랑하는 ’불쌍한 동포’를 데려오려고 발벗고 나섰는데 이젠 탈북자 알선이 생계수단이 됐다”며 23일 이렇게 말했다.

탈북자를 중국 등 3국의 외국공관 등에 진입시키는 기획입국이 2001년 6월 장길수군 가족 사건을 계기로 선보인 이래 종교.인권단체의 ’인권보호’ 표방에도 불구하고 악덕 브로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국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에 머물던 탈북자 박 모씨는 지난해 8월 브로커 김 모씨가 “한국에 가서 정착금 3천만원을 받은 뒤 한국행에 들어간 비용 800만원을 내면 된다”고 부추겨 3개월 후 한국으로 들어온 케이스다.

박씨는 그러나 지난 3월 김씨가 ’빚’ 받으러 서울에 오자 “800만원은 너무 비싸니 공정 가격으로 깎아달라”며 아직도 흥정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악덕 브로커의 경우 얘기가 사뭇 달라진다. 악덕 브로커들은 하나원 교육이 끝난 뒤 정부가 마련해 준 임대 아파트까지 탈북자를 찾아가 돈을 뜯는다. 폭력을 행사하거나 심한 경우 신변 위협을 가하는 등 험악한 모습을 연출하는 것으로드러났다.

정부가 탈북자 브로커 해외여행 규제와 탈북자 정착금 축소 등을 골자로 한 탈북자 종합대책을 내놓은 것은 브로커의 악행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는 탈북자를 상대로 브로커 피해실태 조사를 벌여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올해 입국한 탈북자 1천866명 중 83%가 브로커를 통해 한국땅을 밟았다. 브로커 비용으로 1인당 평균 400만원씩 지급해 결과적으로 정착금 중60억원이 브로커 몫으로 돌아간 것으로 추정됐다.

내년부터 탈북자 정착금을 현재 2천800만원에서 3분의 1로 줄이기로 한 것은 탈북자가 브로커의 농간에 넘어갈 소지를 막아보자는 일종의 고육책인 셈이다.

북한인권단체의 한 관계자는 “2∼3년 전 비정부기구(NGO)가 기획입국을 시작할 때만 해도 관련 단체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등 느슨한 연대가 있었으나 요즘은 개인사업자로서 2∼3인씩 점조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전체 규모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정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입국 탈북자 가운데 10.7%가 범죄 전력자로 밝혀져 탈북자 관리 문제가 정부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의 보호 결정 거부 현황을 보면 2002년 3명, 지난해와 올해 각 2명과 1명등 총 6명의 탈북자의 경우 상당 기간(10년 이상) 제3국에 체류한 것으로 밝혀져 국내 입국이 거부됐다.

금년 입국 탈북자 가운데 위장 탈북자는 ▲재중동포 등으로 속여 입국한 탈북자가16명 ▲탈북자로 위장한 재중동포 등 위장 입국자가 24명으로 모두 40명으로 집계됐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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