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공개처형 목격이 가장 큰 정신적 충격”

▲ 6일 오후 ‘새터민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고찰과 제안’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

▲ 6일 오후 ‘새터민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고찰과 제안’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

탈북자들이 북한에 있을 때 경험했던 가장 큰 정신적 충격은 공개처형을 목격했던 때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경없는의사회>와 <연세의대 의학행동과학연구소>는 6일 오후 연세대 새천년관에서 ‘새터민의 정신적 외상과 그 치유’란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새터민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고찰과 제안’을 주제로 발표한 연세대 전우택 교수는 비슷한 시기 남한에 들어온 탈북자 200명을 대상으로 정신적 외상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결과는 연세대 홍창형 박사가 지난 해 발표한 논문에 실린 것이다.

탈북자들이 북한 내에서 경험한 외상 사건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공개처형의 목격이었고, 다음으로는 가족이나 친지, 가까운 이웃 중에 굶어 죽은 사람을 봤거나 소식을 들었다는 것이었다. 특히 답변자의 87.3%가 공개처형 목격 경험이 있다고 답변해, 공개처형이 북한 전역에서 벌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다른 사람이 심하게 매를 맞는 것을 봤거나, 식량부족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답변도 높게 나타났다.

한국영사관에서 쫓겨난 충격도 큰 상처

탈북 과정에서의 외상사건으로는 숨어 있는 도중 들킬까봐 생명의 위협을 느꼈던 경험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외에도 국경경비대의 검열을 받아 몹시 긴장한 적이 있거나 한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에 망명 요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큰 충격을 받았다고 답변했다.

전 교수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사실 탈북자들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태어난 성격적 요소, 북한이라는 매우 특수한 사회 안에서 양육되고 교육되면서 만들어진 특성, 탈북과정에서 겪게 되는 극도의 위험 등 매우 다양하다고 볼 수 있다”며 “여기에 하나원에서의 교육, 남한 사회에 나와서 직장을 잡거나 학교를 다니면서 겪는 다양한 경험도 하나의 요인들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탈북자들의 정신 건강을 지나치게 단순화해 단지 정신의학적으로만 이해하고 접근한다면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탈북자들의 배경과 상황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총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탈북자의 정신건강에 대한 논의 자체가 사실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탈북자들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많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되면 탈북자들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더 증가시키는 문제를 가져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마치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면 정신적으로 고통 받고 있는 탈북자들에 대한 적절한 지원과 치료가 없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아가면서 논의해 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탈북자, ‘자존심 세고 독립심 강하다’

전 교수는 또 “탈북자들의 정착지원은 단지 정신건강 하나만 해결해서는 될 일이 아니고 취업지원부터 교육지원, 의료지원, 생활지원, 심리지원 등 매우 다양하고 포괄적 지원을 요구한다”며 “이 모든 것을 함께 다룰 수 있는 지역사회 중심의 지원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새터민의 적응기제와 행동특성’에 대해 발표한 조영아 박사는 지금까지 연구된 탈북자들의 심리상태를 분석, 7가지 유형으로 선별한 결과를 발표해 이목을 끌었다.

– 자신의 욕구를 참는데 익숙하고 인내심이 강하며 통제를 싫어한다.
– 흑백 논리적 사고가 강하고 융통성이 없으며 공격적이다.
– 자존심이 세다.
– 열심히 일한다. 근면하다.
– 때론 지나칠 정도로 신중하다.
– 남을 잘 도와준다. 의리 있다.
– 힘든 일을 혼자서 처리하려고 한다.

조 박사는 “탈북자들이 보이는 심리적, 행동적 특성은 현재 남한 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행동양식일뿐 아니라 북한 체제와 문화에서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 유지했던 적응기제에서 비롯된 행동양식”이라며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북한 체제와 문화가 탈북주민의 적응양식에 미친 영향력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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