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건강 간염환자보다 나빠”

탈북자들의 건강상태가 간염환자나 장기이식환자보다도 훨씬 나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명애 서울대 교수(간호학) 연구팀은 서울대 통일연구소 후원으로 탈북자 213명을 조사한 결과 건강상태 종합점수가 434.88점으로 남한의 간염환자(509점)나 장기이식환자(491.2점)보다도 안 좋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9일 밝혔다.

연구팀은 ▲ 일반건강 ▲ 정신건강 ▲ 신체기능 ▲ 역할 신체기능 ▲ 신체통증 ▲ 활력 ▲ 사회적 기능 ▲ 역할정서 기능 등 8개 항목을 각 100점 만점으로 해서 건강상태를 분석했다.

조사 대상의 83.1%(177명)는 탈북 이후 최소한 1개 이상의 질병을 앓았으며 이들이 얻은 질병 개수는 평균 2.3개였다.

질병 종류는 소화기 질환이 33.8%로 가장 많았고 근골격계 질환(32.85), 정신과 질환(20.1%) 등 순이었으며, 이들 질환 중에는 위염, 관절염, 우울증이 각각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탈북자들은 특히 우울증을 많이 앓는 등 정신건강이 크게 안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정신건강 점수는 52.72점으로 남한농촌 노인(63.09점)과 남한 근로자(60.00점)보다 낮았다.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한 탈북자 가운데 47.9%는 주요 건강악화 원인으로 `북한에 남은 가족 걱정’을 꼽았고, 36.2%는 `남한에서의 불확실한 미래’를, 9.9%는 `남북 정치상황의 악화’를 각각 들었다.

연구팀은 또 탈북자 13명에 대한 심층면접을 통해 조사한 북한의 의료 서비스 이용 실태와 치료 행태 등도 발표했다.

북한은 심각한 식량난으로 인해 질병 치료는 뒷전으로 미루거나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고, 사회주의적 무상치료 체제가 무너지고 의약품 공급 부족에 시달리면서 의료 서비스는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탈북자들은 진술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탈북자 A씨는 “(국제 기구에서 지원받는 약도) 병원장 등 고위 간부나 의사들이 챙긴다”고 말했고, B씨는 “의사들에게 (뇌물을) 줘야 한다. 얼마나 주느냐에 따라 치료가 달라진다”고 털어놨다.

위궤양을 앓다가 민간요법에 따라 소금을 한 사발 먹었다가 증세가 악화된 C씨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 북한당국이 `고난의 행군’ 시기부터 장려한 민간요법이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최 교수는 “탈북자들은 신상이 노출될 경우 북한에 남은 가족이 처벌을 받게 된다는 우려와 함께 경제적으로 막막한 느낌, 구직난과 적응 곤란, 질 낮은 일자리로 고생하면서도 무시당하는 것 등을 어려움으로 호소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북한 이탈주민의 건강상태와 이들을 통해서 본 북한주민의 치료추구행위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13일 통일연구소가 주최하는 통일학 기초 연구 심포지엄에서 공개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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