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갈 곳이 없다”

2005년 이후 국내 입국 탈북자 규모가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 통일부에 의하면 금년 1월 입국자는 78명으로 지난해 1월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2월 입국자 규모도 1월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최근 입국자 규모 감소가 앞으로 계속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좀더 지켜보아야겠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복지’의 문제보다 절박한 ‘생명’의 문제

정부는 지난 12월 ‘북한이탈주민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초기 정착금 지급 액수를 줄이고 브로커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처벌 의지를 밝혔다.

이러한 정책 발표는 북한이탈주민의 초기 자립정착 의지를 제고시킨다는 목적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브로커 활동 차단을 통하여 결국 국내 입국자 규모를 줄이겠다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종합대책 발표의 숨겨진 목적이 입국자 규모를 줄이는 것이었다면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탈주민 종합대책 발표의 공식적 목적은 북한이탈주민의 성공적인 정착을 지원하고 이들의 고통을 줄여주자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북한이탈주민은 국내외 탈북자를 포함하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북한이탈주민 대책의 중요한 목표를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으로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줌으로써 북한 주민의 탈북 원인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겠다’는 것을 제시했다.

이러한 목표에 대하여 시비를 걸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미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과 인근 국가에서 하루 하루를 단속과 송환의 공포 속에 살아가는 재외탈북자에 대한 보호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대책은 국내 거주자와 재외탈북자를 구분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국내 거주자는 사회복지정책과 북한이탈주민 지원 정책으로 일정 수준의 삶을 보장받고 있다.

이들 중 국내 정착지원 수준에 대하여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일부 있지만 이것은 ‘복지’의 문제일 뿐 절대적 생존과 생명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재외 탈북자 문제는 ‘복지’가 아닌 ‘생명’의 문제이다.

한국으로 갈 수밖에 없는 재외탈북자들

현재 중국과 인근 국가에 체류중인 탈북자는 5-8만 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1998년 당시 10만 수준에서 상당수 감소한 상태이다.

이들은 평균 3-4년 이상의 중국 체류 경험을 갖고 있으며, 북한으로의 자발적 귀환 의사를 대부분 갖고 있지 않다. 이들은 중국의 경제적 풍요와 자유로운 삶의 모습을 경험했기 때문에 북한으로 돌아가 숨막히는 조직생활을 감당할 자신을 상실했다.

북한 정권의 처벌이 사라지고 경제적 수준이 중국을 따라가더라도 자유로운 공기가 없다면 이들을 유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재외 탈북자의 선택은 중국 체류와 한국행, 또는 제3국행 외에는 없다. 이들의 상당수는 남북한 거주 가족 모두와 연계를 맺을 수 있고 북한 잔여가족에 대한 지원이 용이한 중국 체류를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단속과 송환은 멈추지 않고 있다. 중국 체류 탈북자는 불행히도 체포되어 북한으로 송환되거나 운 좋게 한국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둘 다 바람직한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최선은 자신의 삶의 터전인 북한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들에게 북한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중국 공안들만이 할 수 있을 뿐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면 그리할 수 없다. 그런데 북한으로의 송환을 피해서 운 좋게 한국으로 오고 있는 인원이 줄어들고 있다. 더구나 앞으로 올 수 있는 사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한다.

재외 탈북자가 한국행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보, 자금, 안내자를 함께 갖추어야 한다. 2000년 이후 탈북자 입국 규모가 증가한 것은 3가지 조건을 갖추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워졌기 때문이다.

국내 입국 탈북자 규모가 증대되고 조선족 사회의 한국화 바람이 불면서 한국행 정보를 입수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되었다. 먼저 입국한 가족들의 송금, 함께 살고 있는 중국인 남편의 도움 등으로 자금 문제도 해결하게 되었다. 또한 브로커라고 불리는 안내자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한국행 꿈은 일부에게나마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국정부는 3가지 조건 중 2가지를 통제함으로써 입국자 규모를 조절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초기 정착금을 줄임으로써 브로커에게 제공되는 자금원을 차단하고, 브로커에 대한 사회적 압력과 활동제한 조치를 통하여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물론 브로커에 의한 폭력과 불법적인 행위는 관련 법률에 의하여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들의 행위 전체를 비도덕적인 것으로 매도할 수는 없다. 정부는 제3국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서신교환이 이루어질 경우 일정액의 지원을 하고 있으며, 국군포로가 입국할 경우 수억 원의 지원을 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하면서 정부의 역할을 일정 수준 분담하고 있는 것도 솔직히 이들 브로커 중 일부이다.

브로커 단속보다 재외탈북자 대책 마련에 힘써야

정부 정책은 남북관계의 발전을 고려하고 국가보훈대상자나 생활보호대상 계층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경우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북한내 거주 주민과 국내 입국 북한이탈주민만을 정책적 대상으로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실효적인 정책적 수단이 미비하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지만 정부는 중국 당국, 유엔 관련 기관과 얼마나 강력한 의지를 갖고 이 문제를 논의해 보았는가에 대하여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정부에 대한 시민단체의 불신과 불만은 정부의 상황적 조건에 대한 이해부족이 아니라 의지의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정부는 탈북을 유도하거나 장려하지 않지만 입국자에 대해서는 전원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현재 이러한 논리는 탈북 입국자를 한국 정부가 상당 수준 조절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부는 과거와 달리 현재 정착금 지급액수와 방법, 브로커 활동 제한이라는 정책적 수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재외탈북자의 국내 입국은 중국과 북한에 있는 한국행 입국 희망자와 이들의 입국을 소망하며 비용을 부담하는 한국내 거주가족, 그리고 이들을 매개하는 브로커들의 활동이라는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지금 한국정부는 재외탈북자 입국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시장개입 정책이 성공한 사례가 있는지 묻고 싶다. 더구나 가족의 재회와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목적으로 형성된 시장에 대한 정부개입이 정당한 것인지도 묻고 싶다.

한국정부는 브로커의 불법적 행위에 대한 적법한 법적 대응은 강력하게 해야 하지만 그 이상의 관심과 열정은 재외탈북자 그 자신의 고통과 공포를 줄여주는 실제적인 정책적 수단 개발에 쏟아야 할 것이다.

윤여상 / 객원칼럼리스트(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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