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원정화 사건으로 남한에서 꿈을 키우며 열심히 살고 있는 탈북자들을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5일 강원 춘천경찰서가 추석을 맞아 마련한 `새터민(북한이탈주민) 간담회’에 참석한 탈북자 A(38.여) 씨는 간첩사건으로 탈북자에 대한 인식이 나빠질까봐 걱정했다.
A 씨는 “원정화 씨의 간첩활동이 `좋다, 나쁘다’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그건 그 사람이 살아가는 한 방식”이라며 “그렇지만 남한 사회에 적응하기에도 벅찬 탈북자들에 대해 사람들이 잘못된 선입견을 가질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남한에서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면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저도 여기서 희망을 갖고 일해서 꼭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A 씨는 이날 모인 탈북자 50여 명을 대표해 북한 노래인 `반갑습니다’를 부른 뒤 거듭된 앙코르에 남한의 대중가요인 `소양강 처녀’를 열창해 박수를 받았다.
`남한 사회에 적응하기에도 벅차다’는 A 씨의 말처럼 대부분의 탈북자들에게 남한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다.
지난 해 가족들과 함께 탈북한 B(34.여) 씨는 “중국에 잠시 머물 때 쌀과 기름 등을 파는 가게를 했었는데 남한에서도 이런 가게를 하고 싶다”면서도 “그렇지만 자본이 많이 들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탈북 뒤 6개월 간의 태국 수용소 생활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는 B 씨는 그때 상한 몸을 추스르며 현재 집에서 쉬고 있다.
또 다른 탈북자 C(20) 군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교과과정을 소화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학교 진도를 따라가는 것만 해도 힘들다”는 C 군은 컴퓨터, 전기와 관련된 기술을 배워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C 군은 “학교가 끝나면 집에 와서 탈북자 친구들과 채팅하며 주로 시간을 보낸다”며 “인터넷 사이트마다 신분확인을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데 신분이 드러날까봐 겁이 나곤 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탈북자들이 간첩사건 이후 주위의 시선 때문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정치적인 목적이 아닌 생존권과 인권을 위해 남한으로 온 만큼 더 따뜻하고 깊은 배려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