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간첩사건 의미와 파장

탈북자를 위장한 남파간첩 원정화씨 사건은 `탈북자 1만명 시대’에 돌입했음에도 우리 국민에게는 사실상 무관심의 영역에 남아있던 탈북자와 관련된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평가다.

정부의 탈북자 신원확인 및 사후 관리 부실 문제는 물론 분단 상황에서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탈북자 자체의 문제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신원조회.사후 관리 어떻게 하나 = 조사결과 원씨는 2001년 10월 조선족으로 위장해 국내에 들어왔다가 그 다음 달 탈북자로 위장 자수한 뒤 한국 국민으로 생활하며 간첩행위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다른 탈북자들과 마찬가지로 2002년 1월23일 하나원에 입소, 그해 3월19일 퇴소하는 등 정상적인 교육 절차까지 수료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원씨가 탈북자라고 자수한 뒤 신원 조사에서 그의 신분 위장 사실이 걸러지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거론된다.

정부는 탈북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기관 합동신문을 약 1개월간 실시한다. 탈북자의 생활환경에 대한 심문을 거쳐 실제 북한 출신이 맞는지, 위장 탈북은 아닌지 등을 따지는 것이다.

하지만 특정 탈북자의 북한 내 세세한 행적까지는 조사할 수 없는 탓에 원씨 처럼 불순한 목적으로 들어온 사람을 완벽하게 걸러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

또 하나원에서 정착 교육을 마친 후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들에 대한 관리 소홀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탈북자 출신인 원씨가 대북무역을 하고, 군 장교들과 사귀는 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기무사령부 등이 2005년 5월부터 3년간 내사를 진행한 끝에 혐의를 밝혀냈지만 2001년 입국 후 4년 이상 원씨는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은 채 간첩활동을 할 수 있었다.

정부는 하나원을 수료하고 국내 정착한 탈북자에 대해 경찰측 담당관을 지정, 일정 기간 누구를 만났는지를 보고하도록 하는 등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탈북자 역시 주민번호까지 부여받은 우리 국민이기에 인권 측면을 고려할 수 밖에 없어 범죄혐의가 드러나기 전에는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기 어렵다는게 당국자들이 전하는 현실이다. 또 출국을 통제하는 것도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 등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당국자들은 설명한다.

또 일각에서는 탈북자 관리 업무가 통일부,경찰,노동부, 지방자치단체 등 여러 기관으로 분산돼 있다는 점도 관리상의 허점을 낳은 요인이 됐다고 보고 있다.

◇탈북자 문제 단면 보여줘 = 이번 사건은 분단 상황 속에 탈북자라는 존재가 남북 양측에 의해 언제든 `악용’될 위험에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우선 북한은 탈북자들이 대량 입국함으로써 남측 당국의 철저한 관리가 어려워졌다는 점을 노려 탈북자로 위장한 간첩을 보낸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원씨처럼 애초부터 신분을 위장한 채 한국에 들어온 경우도 있지만 들어왔다가 정착을 못해 다시 북한으로 건너간 뒤 간첩이 돼 국내로 들어오는 경우가 없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해외로 떠났다가 돌아오지 않은 탈북자들 중 일부는 원씨와 비슷한 간첩 활동에 연루됐을 개연성이 있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역시 국내 정착에 실패한 탈북자 중 일부는 자신의 북한 내 인맥 등을 밑천 삼아 탈북 브로커로 활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 역시 이제는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탈북자 문제 전문가인 한성대 김귀옥 교수는 “이번 사건에서 원씨는 큰 틀에서 보면 남북 대치 상황이 낳은 희생양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적지 않은 탈북자들이 남한에 뿌리 내리지 못한 채 남북 양측의 필요에 의해 이용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파장은 = 이번 사건은 우리 국민들이 탈북자들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갖도록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에도 악재라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렇지 않아도 탈북자들을 포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은데다 일부 탈북자들의 사회 부적응 및 범죄행위가 종종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탈북자에 대한 일반의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많은 이들은 보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탈북자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기 위해 대 국민 계도 활동을 하고 있는 터에 만만치 않은 악재가 발생했다”며 “탈북자들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탈북자들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 악화는 인권 차원에서 탈북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현 정부의 정책 추진에도 하등 도움을 주지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가 탈북자 정책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유사사건 재발을 막게끔 대비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비록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일지언정 의미가 없지 않아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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