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착 2년이 되어오는 탈북자 오순복(40)씨, 공교롭게도 추석을 하루 앞두고 북한에 있는 어머니와 전화통화에 성공했다.
“어머니 그간 안녕하셨어요?……미안해요 모셔오지 못해서…지금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드시는 건 어떠세요?”
“이게 얼마만이냐? 지난해 봄에 (중국에서) 잠깐 만났을 때 ‘가족이 무사히 아랫집(한국)에 도착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마음을 놓았었는데, 그 후 1년 넘게 소식이 없으니 이 엄마는 살아도 산목숨이 아니고….”
“걱정마세요, 어머니. 우린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어요”
“얘, 부탁이 있는데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여긴(일반 주민들 속에서) 아랫집 도움을 받는 집들을 내놓고는(제외하고는) 제대로 먹고 사는 집들이 별로 없다. 올 추석은 밥 한 그릇으로 보낼 집들이 많다. 어째 좀 도와줄 수 있겠니…”
오 씨는 어머니와 통화에서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어머니와 연계가 됐으니, 최선을 다해 어머니를 방조해 드릴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올해 북한의 추석 분위기는 여전히 썰렁한 것으로 전해진다. 간부층, 부유층이나 명절이지 일반 주민들에게는 조상에 대한 무거운 마음의 빚만 깊어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 주민들 중에도 남한에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사정이 조금 낫다. 다른 사람에게 대놓고 드러내지는 못해도 추석을 명절처럼 보낼 여유가 조금은 있다.
양강도 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올해도 여전히 어렵게 사는 집들이 대다수여서 추석제사를 어떻게 지내겠는가 걱정하는 집들이 많다”며 “그래도 우리 집 같은 경우(탈북자 가족)는 다른 집들에 비해 나은 편이고, 그곳(남한)에서 보내온 돈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새 경제조치다 뭐다 한다고 하는데 실감이 나지 않고 믿고 싶지도 않다”며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것은 아래쪽에서 보내온 돈이기 때문에 우리는 아래쪽에 간 가족만 믿지, 국가는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북한인권정보센터(소장 윤여상)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50%가 북한의 가족에게 비공식 송금을 하고 있다.
보통 탈북자가 우리돈 50만원을 보내면 중간 브로커는 수수료 15만원(30%전후)를 떼고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중국 돈 약 2천위안(元) 정도를 전한다. 현재 1위안당 북한 돈 환율이 1100원인 것으로 계산하면 북한에 있는 가족은 북한 돈 2백만 원 정도를 전달 받는 셈이다. 일반 노동자 월급이 통상 2000~3000원 인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액수다.
만성적인 경제난 속에서도 남한에 가족이 있는 탈북자 가족들은 다른 집들보다 명절 걱정을 덜 한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북한 땅에서는 이산(離散)의 고통과 위험이 오히려 당장의 생존에는 큰 도움이 된다는 역설이 존재하고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