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駐英대사관 총영사, ‘北으로 가라’고 말해”

영국 이민국의 추방령을 받고 11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이광수(40) 씨는 “주영 한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을 때 총영사로부터 ‘북한으로 가라’는 말까지 들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노무현 정부의 개인신상 정보 유출에 불만을 품고 지난해 영국 망명을 신청했던 이 씨는 12일 ‘데일리엔케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로부터 국민으로서 보호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영국 망명을 시도했다”며 “이렇게 된 이상 끝까지 소송을 계속해 한국 정부로부터 반드시 사과를 받아내겠다”고 밝혔다.

2006년 3월 부인과 아이 2명, 친구 1명과 함께 목선을 타고 동해를 거쳐 탈북했던 이 씨는 조사 과정에서 신상정보가 언론에 유출됐고, 이로 인해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 19명이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조사가 끝난) 이후에 사람을 시켜서 알아보니 가족들이 전부 수용소에 끌려갔다고 하더라. 이것은 주위 탈북자들을 통해서도 확인한 내용이기도 하다”며 “정부의 과실로 정보가 유출돼 가족들의 생사가 위태롭게 되었는데 한국 사람이라면 가만히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이유로 한국정부를 상대로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을 해달라는 내용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벌이던 이 씨는 2007년 3월 홀연히 영국 망명길을 택했다.

이 씨의 신상이 공개된 후 북한에 남은 가족들이 행방불명된 사례는 엠네스티 보고서와 미 국무부 인권보고서에도 명기돼 있다.

한편, 탈북 당시 이 씨의 목적지는 한국이 아닌 일본이었다고 한다. 일본을 통해 미국으로 가는 것이 최종목표였다는 것.

그는 한국행을 원치 않았던 이유에 대해 “북한에서도 라디오를 통해 외부사회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접했다”며 “북한 정권의 유지에만 도움 되는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자체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광수 씨와의 인터뷰 전문]

– 영국 망명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애초에 북한에서 탈북을 결심했을 때는 배를 통해 일본으로 가려고 했다. 최종적으로 미국행이 목표였었다. 그러나 풍랑을 만나 한국에 들어오게 됐고, 조사 과정에서 UNHCR(유엔고등판무관)이나 미국 대사관에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조사관들은 내 요구에 15번씩이나 확약을 해줬다. 그런데 나중에는 말을 바꿨다. 또 조사를 받은 지 2시간 만에 내 신상정보가 언론을 통해 유출됐다. 조사를 받으면서도 정보가 유출되면 안 된다고 그렇게 말했지만 결국엔 공개 돼서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

이후에 사람을 시켜서 알아보니 가족들이 전부 수용소에 끌려갔다고 하더라. 이것은 주위 탈북자들을 통해서도 확인한 내용이다. 정부의 과실로 정보가 유출돼 가족들의 생사가 위태롭게 되었는데 한국 사람이라면 가만히 있었겠는가. 한국 정부로부터 국민으로서 보호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영국 망명을 시도한 것이다.”

– 당시에 정부를 상대로 민사소송까지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처음부터 한국 정부에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를 했으면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개별 경찰이 그런 것이지 자신들은 관련 없는 일이라고 일체 침묵을 지키니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국가인권위원회에도 ‘탈북자 신상정보공개로 인한 인권침해 진정서’를 제출했다. 인권위로부터 ‘조사 결과 이번 사건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인권침해이기 때문에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결과문을 받았다. 이것을 가지고 민사재판을 해보라고 하더라.

그런데 소송을 해보니 재판부로부터 어이없는 답변만 들었다. 그래서 소송 도중에 영국 망명을 결심하게 됐다.”

– 결국 영국 정부로부터 망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자기 신분을 감추고 망명신청 한다고들 하는데 나는 내 신분을 그대로 밝히고 망명을 신청했다. 나는 정치적 난민이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망명 신청이 거절당해서 EU(유럽연합) 인권위원회에 다시 서류를 낸 상태에서 갑자기 붙잡혀 한국으로 오게 됐다.

이거는 한국 정부가 요구한 것이 틀림없다. 주영 한국대사관 앞에서도 시위를 벌였는데 총영사로부터 ‘북한으로 가라’는 말까지 들었다.”

– 탈북 당시부터 한국으로 오고 싶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북한에서도 라디오를 통해 외부사회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접했는데,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자체에 동의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의 지원은 북한 정권을 유지하는 데만 쓰일 뿐이다. 주민들이 막상 의약품이나 쌀을 구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나가서 사야한다. 이게 말이 되는가.”

–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

“소송을 끝까지 해보겠다. 누구하나 정부에서 나와서 사죄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니냐. 한마디 사죄라도 했었다면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타당한 배상을 받기 전까지는 죽어도 한국 국민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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