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美망명시도 이유, “남한 정부 못믿겠다”

미국 북한인권법 발효 이후 탈북자들이 망명을 목적으로 미국에 밀입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들의 망명신청 이유가 남한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미국내 한인단체 <이북 도민연합회> 김호정 회장은 한인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들의 숫자가 100여명에 이르고, 샌디에고 연방구치소에 수감되어있는 탈북자가 18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들 중 14명은 재판을 기다리거나 추방날짜가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해 11월 시애틀의 이민법원에서 망명을 신청했던 임천용씨도 ‘한국에 정착했던 기간이 길고 한국여권을 가지고 있으며, 북한 사람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망명신청이 기각됐다. 임씨는 26일 강제추방형식으로 남한으로 돌아갔다.

이처럼 탈북자들의 미국망명 신청은 대체로 미국 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발효된 북한인권법에 북한을 탈출한 후 남한시민으로 권리를 누린 이들의 경우 구제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고, 이민법원도 한국을 경유한 미 망명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미국 밀입국(캐나다 경유)을 시도하기 위해 출국, 중도포기한 채 귀국한 탈북자 김주현(가명․41)씨는 “미국으로 가고 싶었던 이유에는 개인적인 사정도 있었지만, 남한정부가 북한으로부터의 탈북자들을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불신이 생겨서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남한보다 발전한 미국에 가서 이런 어려움을 호소하면 우리를 충분히 보호해 줄 거라 생각했다”며 “막상 캐나다에 가보니 현실적 어려움이 너무 많아 다시 돌아오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캐나다 국경주변에만 40여명의 탈북자가 미국 밀입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들의 밀입국은 현지 인디오들이 돕고 있으며 국경을 넘는 데는 3천불의 경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 한 관계자는 “주위에 미국망명을 원하는 탈북자가 꽤 있는데 대개 젊은이들이 이러한 생각을 많이 하고있다”며 “이들이 남한에 올때는 나름대로 높은 꿈과 희망을 갖고 있었지만, 막상 남한에서의 정착이 어렵자 미국행을 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탈북자가 지난 해 발효된 북한인권법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미국행을 결심한다”면서 “남한에서도 적응하지 못하는데, 미국에서라고 정착할 수 있겠냐는 우려스런 마음에 미국행을 원하는 주위 탈북자들을 만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자유북한방송>이 지난해 말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75명중에 39.4%인 69명이 북한인권법에 관계없이 미국행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행을 원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탈북자들이 남한에 설 자리가 없고 ▲한국에서 직장 구하기가 어려우며 ▲돈을 많이 벌 수 있고 ▲충분한 정착금을 제공한다는 소문이 있고 ▲노후, 혹은 자녀교육을 위한 것 등의 순으로 답해, 미국행 증가가 국내정착의 어려움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이 또 한번 입증했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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