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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학에 전공 선택의 자유가 있나요?”
“대학 내에서 자본주의 경제를 배우지는 않나요?”
봄비가 교정을 촉촉이 적신 신촌 이화여대 캠퍼스. 이날 캠퍼스 한 켠에서는 이 학교 학생들이 북한에 대한 궁금증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22일 저녁 북한인권청년학생연대는 이화여대 포스코 관에서 대학생과 탈북자와의 대화 시간을 마련했다.
이날 행사엔 이화여대, 서강대, 한양대, 명지대 등 50여 명 학생들이 참가했다. 그중에서도 이화여대 학생들의 참여와 관심이 가장 뜨거웠다. 북한에서 명문대로 꼽히는 평양 금성정치대학 재학 중에 탈북한 한성주(27.가명) 씨가 대학생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역할을 맡았다.
한 씨는 “북한에 있을 때는 내가 처해있는 현실을 잘 몰랐었는데, 중국에 나와 보니 북한에서 자유 의지대로 했던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됐다”며 “지금 북한 내에 있는 주민들도 ‘인권’이란 말조차 모른 채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 대학생들은 북한대학 생활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 남한처럼 점수나 실력이 기준이 아니라 출신성분에 따라 대학에 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고 하자, 학생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씨의 어머니는 결혼 후 남편의 출세를 위해 중국에 있는 친척을 호적에서 지워버리기까지 했다고 한다.
北현실 말해줘도 믿으려 하지 않아
탈북 대학생으로서 겪는 어려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강원철(한양대, 2001년 탈북)씨는 “한국 대학생들이 북한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이 아프다”고 답했다.
강 씨는 “학교에서 많이 가르쳐 주지 않은 탓이겠지만, 북한 현실에 대해 말하면 의심부터 하고 믿으려 하지 않는다”며 “그런 걸 볼 때마다 대학생들에게 북한의 현실을 많이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탈북자와의 대화에 앞서 자유주의연대 신지호 대표가 북한경제체제의 특징을 주제로 강연하는 시간도 가졌다.
신 대표는 “북한이 최근 시장경제적 변화를 보이는 것을 DJ 햇볕정책의 결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분석”이라고 지적했다.
대북지원, 결과적으로 어떤 영향 미칠 것인가?
“중국이나 베트남의 경우 지도자가 개혁개방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선도적으로 이끈 결과 개혁개방의 길로 나아갔다”면서 “그러나 북한의 경우는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자본주의적 요인을 어쩔 수 없이 묵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국가 통제경제가 마비된 김정일 정권의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상품과 제도의 유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
신 대표는 인도주의적 식량지원은 계속 돼야 하겠지만, 이것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북지원이 계속될수록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거의 계획경제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작년에 나타났던 배급제 부활 움직임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개성공단의 경우 개인적으로 이전부터 임금을 북한 근로자에게 직접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