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北 축구장 소동, 연패에 따른 불만일 뿐”

북한 <노동신문>은 3월 31일 이란과의 축구경기 소식을 보도했다.

신문은 “2006년 세계축구선수권대회 참가를 위한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이란 축구팀과의 경기에서 2-0으로 이란팀이 이긴 것으로 되였다”고 보도하고, “경기가 끝나자 관람자들 모두가 시리아 주심과 부주심들의 오심에 분노하여 강력한 항의를 표시하였다”고 언급했다.

이란과의 경기에서 전세계의 이목을 끈 것은 경기 자체보다는 군중들이 시리아 심판에게 몰려가 항의하는 소동이었다.

북한에서 폭력적 행위 가능한가?

북한에서 벌어진 국제경기에서 군중적 폭력이나, 몸싸움이 일어난다는 것은 아주 이례적이다. 과거 북한은 주민들에게 ‘주체조선’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특히 외국인들에게 예절 있게 행동할 것을 강조해왔다. 더욱이 이번 경기가 전세계로 생방송되기 때문에 북한 당국은 이런 점을 특별히 강조했을 수 있다. 북한은 ‘도덕적 승리’를 중히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원래 폐쇄국가이기 때문에 국제경기나 문화교류도 별로 없고, 과거의 국제경기는 주로 사회주의 나라들과의 친선경기여서 이런 격앙된 행동을 보인 적이 거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단체들이 모여 진행하는 경기에서는 선수와 선수, 응원단들 사이에 종종 이런 트러블이 발생하기도 했다.

외신들과 일부 한국 언론들은 정부를 반대하는 ‘체제이변과 관련된 조짐을 보이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지만, 그저 군중의 불만일 뿐, 체제불만으로 보기는 어렵다.

연패에 따른 감정폭발

북한에서는 결과에 대한 총화(결산)도 나름대로의 룰(Rule)이 있다. 하나는 집단의 이익, 혹은 조국의 명예를 위해 어떤 과격한 행동을 했을 때는 용서가 된다. 66년 북한이 월드컵 8강에 진출한 적이 있는데, 이때 북한선수들이 8강전에서 패한 이유가 현지에서 여색(女色)에 빠졌기 때문이라는 보고가 제기되어 당시 국가대표팀이 해산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70년대 북한의 복싱선수 구영조는 미국선수와의 경기 중 심판이 편심한다고 구타했지만 귀국 후에 별일이 없었다. 오히려 북한 주민들 속에서 영웅으로 떠받들어졌다. 그가 인민체육인, 압록강체육단 복싱감독으로 활동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비록 경기에서 패했지만 이른바 ‘조선 사람의 본때’를 보여준 사람에게는 응분의 처우를 해주는 것이 북한의 관례였다.

북한 축구도 월드컵 본선에 올라가지 못하면 축구감독이나 선수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북한 대표팀 윤정수 감독은 바레인 전을 마친 후 <조선신보>와의 회견에서 “오늘 경기에서 주심이 너무 상대팀 편을 들었다”면서 “우리는 이에 대해 국제축구연맹(FIFA)에 정식으로 제기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다 이란에게까지 패했으니 화가 날 만도 한 것이다. 이번 항의사건은 윤정수 감독 휘하의 선수들이 경기패배의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돌발적인 항의를 불러일으켰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 체육도 이제 개방해야

북한선수들은 경기 전기간 불굴의 투지를 가지고 열심히 뛰었다. 그러나 축구팬의 한 사람으로 볼 때 문전 마감처리에서 실수가 많았다. 경기를 지켜보던 탈북자들도 아쉬움을 터놓고, 고향사람으로서 연민의 정이 든다고 토로한다.

경기를 지켜보던 탈북자들은 패배원인을 간단히 찍었다. “8강까지 진출했던 전력이 있는 북한은 잠재력이 있는 축구팀이다. 문제는 체육도 개방하여 국제경기 경험을 많이 쌓고, 세계축구기술을 터득해야 한다. 그리고 선수들에 대한 영양공급이 잘 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