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北 배우자와 이혼 가능해졌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자가 북한에 남아있는 배우자와 이혼하고 남한에서 재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 22일 국회에서 통과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일부 법률 개정안’에 ‘북한에 배우자가 있는 탈북자는 그 배우자가 남한 지역에 거주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 재판상 이혼청구를 할 수 있다’(19조 2항)는 특례조항이 신설됐다.

지금까지 북한에서 혼인한 탈북자의 경우 남한에서도 법률상 기혼으로 인정돼 입국 후 재혼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취적(就籍) 탈북자가 이혼을 청구하더라도 재북 배우자가 재판에 출석할 수 없어 이혼소송이 이뤄질 수 없었기 때문.

그러나 신설된 법률안에는 ‘취적한 자의 배우자로 기재된 자는 재판상 이혼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혼을 청구하고자 하는 탈북자는 배우자가 보호대상자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증명하는 통일부 장관의 서면을 첨부,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청구를 하면 된다. 탈북자의 이혼이 법적으로 가능해졌기 때문에 재혼도 물론 가능해 졌다.

단, 이 규정은 대법원 호적예규 제644호가 시행된 2003년 3월18일 이후 취적한 탈북자에 한해 적용된다. 탈북자의 취적 절차를 규정한 대법원 호적예규 제644호는 ‘배우자가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경우 신분사항란에 그 배우자의 성명, 거주지를 기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올해 12월 초까지 서울가정법원에 접수된 탈북자의 이혼청구 건수는 모두 229건(8건 취하)으로 이 가운데 이혼이 처리된 경우는 단 1건에 불과했다.

탈북자 김영수(가명, 38세)씨는 “북한에 있는 아내와 이혼하려고 3년 여 동안 법원에 이혼 신청도 하고 관련 국회의원들에게 호소도 했다”며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관련 법이 신설되었기 때문에 다행이다”고 말했다.

노원구 공릉종합사회복지관 김선화 부장은 “그 동안 탈북자 사이에 남녀 관계를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신중하게 생각할 것으로 보인다”며 “가정을 꾸릴 수 있게 됨으로써 자녀문제 등에서 심리적 안정 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부장은 법률안 신설에 환영하면서도 “이후 북한 내 배우자가 탈북, 한국에 입국했을 때 올 수 있는 혼란 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재기관 또는 상담기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제적 면에서도 혼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김 부장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개인별로 임대 아파트가 제공되지만 신고할 경우 한 채를 국가에 반납해야 한다”면서 “탈북자들 간에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통과된 개정 법률안에는 전문분야 자격증 소지 탈북자의 자격인정을 위한 보수교육 및 재교육 실시, 심사위원회 설치에 관한 조항(제14조 제2항 및 제3항)도 신설됐다.

법률안은 또 탈북자의 정착금에 대한 ‘비합리적 소비행태’를 방지하고 조기 정착을 돕기 위해 기존 정착금 지급을 ‘정착금 또는 그에 상응하는 물품’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변경하고 정착금의 압류∙양도∙담보 제공을 금지(제21조 제1항 및 제4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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