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北송금 창구’ 회령 화교들 검거

중국에서 바라본 함경북도 회령시 전경 ⓒ데일리NK

한국,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이 북한의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는 주요 통로인 북한내 화교(華僑)들이 국가안전보위부에 검거돼 노동단련형(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함경북도 회령시 보위부는 류(柳)모 씨 등 화교 5명에 대해 속칭 ‘환(換)치기’ 및 휴대전화 불법소지 등을 이유로 1~3개월의 노동단련형을 선고했다고 24일 북한 내부소식통이 전해왔다.

지금까지 북한 당국은 화교들의 휴대폰 소지 및 외화 사용에 대해서는 관대한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국가안전보위부가 화교들에 대한 추가적인 단속·통제에 나서게 될지 주목된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1970년대 중국의 문화대혁명을 피해 부모들과 함께 북한에 정착했던 류 씨는 중국내 친인척 명의로 개설한 은행계좌를 통해 한국이나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왔다.

휴대전화를 통해 중국의 친인척인 계좌에 입금된 금액을 알려주면 류 씨는 입금된 액수에서 30~40%를 자신의 몫으로 제하고 찾아오는 탈북자 가족들에게 북한 돈을 건네주는 방식으로 환전 수수료를 챙겨왔다.

소식통이 전해 온 사건의 전모는 다음과 같다.

회령시 보위부는 12월 초 휴대폰 탐지기를 동원한 주민 감시 과정에서 류씨가 보관하고 있던 중국제 휴대폰 3대와 12볼트 자동차용 배터리 2개를 발견했다.

회령시 보위부는 압수한 휴대폰에 기록된 통화내역을 통해 류 씨가 중국뿐 아니라 한국과도 빈번하게 통화해왔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한국과 통화내역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휴대폰을 통해 국가 기밀을 누설한 것 아니냐”는 질타에 류 씨는 “중국이나 한국에 있는 친척들에게 도움을 받으려는 지인들의 부탁을 들어준 것 뿐”이라고 답했고, 보위부는 류씨를 통해 돈을 건네받은 회령 현지 주민들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회령시 보위부는 류 씨 외에 4명의 화교들을 같은 혐의로 붙잡았으나, 이들이 모두 ‘김정숙 탄생 90돐 맞이 기념사업’에 많은 돈을 기부했다 점을 감안해 각각 노동단련형 1~3개월을 선고하고 사건을 마무리했다는 것이 내부 소식통의 전언(傳言)이다.

이 소식통은 “보위부에서는 한국과 중국으로 건너간 탈북자들이 송금해주는 돈으로 생활하는 주민들을 잠재적인 간첩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 화교들에 대한 내사와 검열이 보다 강화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설명했다.

또 구속된 화교들에 대해 일부 현지 주민들은 “돈 좀 있다고 안전원들 등에 업고 동네사람 등쳐먹던 놈들이 잡혀가니 속이 다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한 두 달 노동단련으로 끝난 것으로 보아 (화교들이) 보위부에도 돈을 먹인 모양”이라며 “만약 우리 같은 백성들이 휴대전화를 갖고 그런 장난질을 쳤다면 몇 년 동안 교화소에 처박았을 것”이라며 분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양천구에 거주하는 탈북자 박성천(가명)는 “북한 내 화교들이 중국에 있는 친인척들과 연계해 밀수, 인신매매, 고리대금 등으로 부를 축적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화교들이 아니면 우리 같은 탈북자들이 고향의 가족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통로가 없다”며 안타까워 했다.

한편 내부소식통은 지난 해 12월 김정숙 90주년 행사 이후 회령지역에 각종 사건사고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해 12월 말 회령시 남양리 보안소에서는 술에 취한 보안소장이 몰던 오토바이에 치여 사망한 농장원의 가족들이 보안소에 몰려가 소장의 철직을 요구하는 집단 소동이 있었으며, 1월 14일 회령시 오봉리에서는 남편과 다투던 아내가 자기 집에 불을 질러 일가족이 동반 자살하는 참극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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