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와 맺은 입국 알선 계약은 무효”

북한으로 압송될 수 있는 처지에 놓인 탈북자의 입국을 도와주고 돈을 받기로 한 계약은 불공정 법률행위로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부(김건수 부장판사)는 홍모씨가 “대한민국에 입국하도록 알선하면 500만원을 주겠다는 약정을 이행하라”며 탈북자 A(45.여)씨를 상대로 낸 대여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승소한 1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해 이뤄진 것으로 약자의 처지를 이용해 폭리를 올리는 행위를 규제하려는 게 목적”이라며 “약정은 A씨의 궁박한 상태 때문에 체결된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 행위이므로 무효”라고 말했다.

A씨는 2004년 11월 북한을 탈출해 중국 옌지(延吉)에 체류하던 중 12월 대한민국 입국을 알선해주는 김모씨를 만나 한국에 도착하게 해주면 정부에서 주는 정착지원금으로 500만원을 주겠다고 계약했다.

A씨는 선양과 베이징을 거쳐 국경으로 갔다가 몽골 국경수비대에 붙잡혔으나 몽골 정부의 주선으로 현지 한국대사관에 인계된 뒤 2005년 2월 한국에 들어왔다.

김씨는 통일부 산하 하나원 교육을 받고 있던 A씨를 찾아가 500만원을 연말까지 갚고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지연 손해금까지 물겠다는 내용의 현금 차용증까지 받아냈다.

하지만 A씨는 “계약서 작성 당시 자본주의 체제의 계약에 대한 아무 경험이나 지식이 없었고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한으로 송환될 위험에 놓여 있었으며 김씨가 준 도움에 비해 알선료가 지나치게 비싸다”며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자 김씨로부터 탈북자 입국 알선업에 동참하라는 제안을 듣고 A씨의 입국을 위해 400만원을 투자했던 홍씨는 소송을 내 지난해 10월 1심에서 승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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