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에 무관심한 한국은 북한인권 사각지대”

“저는 동물 같은 존재에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주 천천히 변해 갑니다. 가끔은 어떤 느낌이 들까 싶어서, 다른 사람들처럼 울고 웃어보려고 애씁니다. 하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웃음이 나오지 않습니다.”


탈북자 신동혁 씨의 강제 수용소 생활과 탈북 스토리를 그린 『14호 수용소 탈출』(아산정책연구원刊/블레인 하든著)의 한 대목이다. 


영어로 작년에 출간돼 미국에서 비소설분야 베스트셀러가 된 바 있는 이 책은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신 씨의 인생역정을 과장 없는 펜촉으로 그려내고 있다. 신 씨는 지난 2005년 평안남도 개천에 있는 14호 정치범수용소를 빠져나와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탈출했다. 그는 정치범수용소에서 태어나 탈북에 성공한 최초의 인물이다. 


책은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애의 실종을 자세히 그려내고 있다. 그곳에선 부모와 자식이 먹을 것을 두고 서로 으르렁거리고, 수감자들은 가족끼리도 감시하는 비참한 생활환경을 강요당한다. 또한 한창 학업에 몰두해야 할 때 노동에 동원되고, 교사는 학생을 체벌해 사망에 이르게도 한다.


주목되는 부분은 외부인들이 볼 때는 지옥과도 같은 생활을 신 씨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대한다는 점이다. 수용소에서 태어난 그는 그런 생활이 보통 인간의 삶이라고 느끼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탈출을 기도하는 자신의 가족을 밀고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았으며 오히려 당연한 일을 한 것으로 여겼다. 이러한 신 씨의 모습은 우리에게 충격을 던져준다.


또한 책은 신 씨의 생명을 건 수용소 탈출과 탈북의 과정을 자세하게 묘사한다. 나아가 정착 과정에서 그가 느끼는 한국 사회에 대한 인식을 비판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한국에 정착한 신 씨의 인생은 여전히 힘들다면서 한국 사람들이 실제로 보여주는 “무관심의 깊은 수렁”을 질책했다. 심지어 저자는 “(수년간 지켜본 바로는)한국은 국내와 해외 인권 단체들 모두 당혹스러워하는 사각지대”라고 지적했다.


책은 또 한국에서는 탈북자 실업률이 전체 평균의 4배, 자살률은 2.5배에 이르는 등 탈북자 문제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종합적 대책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책은 북한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려는 신 씨의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신 씨는 “제가 보기에 북한에 진정 관심이 있는 남한 사람은 전체 인구의 0.001퍼센트밖에 안 됩니다. 남한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서는 국경 너머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생각해 보았자 아무런 이득도 없지요”라는 언급을 통해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무관심’을 꼬집었다.


책은 한국에서의 순탄치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신 씨가 국제적인 인권운동가가 되기 위해 2009년 도미(渡美)한 이후 각종 활동과 강연 등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북한인권 실태를 알리려는 그의 노력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한편으로 저자는 신 씨가 23년 동안의 강제 수용소 생활이 그에게 남긴 정신적 상처와 계속 싸웠으며 개인적으로도 ‘일반인’이 되기 위해 현재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면서 정치범수용소에서의 경험이 아직도 그를 괴롭히고 있다고도 전했다.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실상과 북한인권 문제에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또한 탈북자들에 대한 한국 사회의 무관심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제3자적 입장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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