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 “우리가 간첩? 황당하다”

탈북자들은 3일 정부 당국이 간첩활동과 위장귀순 혐의로 탈북자 100여명에 대해 내사를 벌이고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부분 “황당하고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모 일간지는 당국자의 말을 인용, 최근 들어 북한 정보기관 출신의 입국이 크게 늘었다며 “귀순 동기가 석연치 않거나 북한 내 행적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은 탈북자를 주요 내사 대상에 올렸다”고 전했다.

1990년대에 입국한 한 탈북자는 “전체 탈북자를 간첩으로 모는 느낌이 들어 황당하고 왜 이런 보도를 내보내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설사 간첩활동을 지시받고 들어오더라도 대부분 3D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이 무슨 수로 고급정보에 접근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최근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남북이 서로를 보는 눈도 많이 달라졌다”며 “이런 악의적인 보도는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자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만든다”고 개탄했다.

또 다른 탈북자는 “남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열심히 살아가려는 탈북자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면서 “자칫 ’탈북자는 간첩’이라는 선입견이 마음의 문을 닫게 하고 탈북자들을 겉돌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북사회복지실천운동본부의 구영서 목사는 “탈북자 가운데 이중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라며 “(간첩활동 언급으로) 전체 탈북자들의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선입견을 조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구 목사는 “탈북자에 대한 그릇된 시각은 그들에게 족쇄를 채우는 일이나 마찬가지”라면서 “남한에 정착하려 애쓰는 이들을 밑둥치부터 흔들어 놓고 허탈감에 빠지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탈북자 관련 단체들은 이날 보도에 강력 항의하면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탈북자동지회의 이해영 사무국장은 “지난 번에도 같은 언론사가 ’탈북자 간첩사건’을 보도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며 “이후 사과 한 마디 없다가 또다시 이런 기사를 내보내는 것은 ’탈북자 죽이기’나 다름없다”고 분개했다.

이 국장은 이어 “탈북자 전체를 희생시키는 정부와 언론사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공동성명을 내는 등 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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