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이 北간부 대상으로 폭탄테러를?


▲ 17일 중앙대 연극연습실에서 남북대학생들이 연극 연습을 하고 있다./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 제공

‘탈북자들이 북한 간부를 대상으로 폭탄테러를 한다??’ 현실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연극 속에서 실현됐다. 9월 상연을 앞둔 연극 ‘정명(正命)’의 이야기다.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정의의 사람들’을 각색한 ‘정명’은 ‘정의를 위해 죽는 목숨’을 의미한다. 북한의 세습독재를 타도하기 위해 탈북자들이 ‘북조선혁명결사대’를 결성하고 전체주의자로 상징되는 북한 간부들에게 테러를 가한다는 이야기다.

더불어 북한 민주화라는 가치를 이루기 위해 테러리스트가 될 수밖에 없었던 혁명가들의 고뇌와, 그들이 목숨을 걸고 폭탄을 던져야만 하는 북한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극본과 총연출을 맡은 이대영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는 “북한의 전체주의 속에서 발생하는 세습독재와 인권문제를 고발하고 싶었다”면서 “연극을 본 관객들이 북한문제와 정의에 대해 과거와는 다른 사고방식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연극은 단순한 북한 인권문제 고발을 넘어 ‘북한 혁명’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연극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남북대학생들이 함께 땀 흘리며 준비한 연극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3명의 탈북대학생들과 7명의 남한대학생들이 주연배우로 참여한 이번 연극은, 중앙대 연극영화과 학생 3명을 제외하곤 연극 경험이 없는 ‘초짜’들로 구성됐다. 배우는 오디션을 통해 공개 모집했으며, 연극영화과 교수진들이 지도교수로 참가했다. 7월부터 본격적인 연기 연습에 돌입했고 매일 12시간의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7일 저녁 중앙대학교 지하 연극연습실을 찾았을 땐 한창 식사 중이었다. 동그랗게 둘러앉아 도시락을 먹는 연극 팀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남북대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모습에 ‘통일 한국’을 보는 듯했다.

배우들도 팀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입을 모았다. 주인공 ‘호’를 연기하는 중앙대 연극영화과 심하윤(27)씨는 “처음 왔을 때 누가 탈북대학생인지도 몰랐다. 탈북대학생인가 싶었던 사람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다”며 웃었다.

그는 “처음에는 괜히 잘해주려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럴 필요도 없고 별로 다른 점도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그냥 친구일 뿐이다. 팀 내에 이질감도 없고 분위기도 너무 좋다”고 말했다.

탈북대학생들의 연기에 대해 그는 “내가 상상력을 쥐어짜야 겨우 나올 둥 말 둥한 연기를 그 친구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일이기에 북받쳐서 연기한다. 테크닉 면에서는 좀 부족해보일지 몰라도 훨씬 진솔한 연기를 한다”고 말했다.


▲탈북대학생 김필주(위)씨와 현아라(아래)씨가 연극 연습을 하고 있다./북한인권남북청년연합 제공

혁명결사대 중 행동대장 ‘박동지’역을 맡은 김필주(27) 한국외대 탈북대학생도 “이미 겪었던 일이기에 처음 대본을 읽고 놀랍다거나 충격적이진 않았다. 북한의 현실이 잘 표현됐고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는 연극 중 특히 인상적인 장면으로 주인공 ‘호’와의 대립 장면을 꼽았다.

그는 “주인공이 북한 고위급 간부에게 폭탄테러를 하러 가는데 목표물 주변에 아이가 있었다는 이유로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고 돌아온다. 이 때 박 동지가 ‘어린애들이 뭔데 그 어린애들 때문에 거사를 망치오. 동지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시오. 동지들은 어린이들이 죽는 것을 본 적 있으시오? 나는 질리도록 봤소. 당신의 잘못으로 거사를 망치는 바람에 앞으로 수천 수만의 조선의 가엾은 어린 아이들이 굶어 죽어나갈 것이오’라고 분통해 하는데 왠지 공감이 갔다”고 설명했다.

탈북대학생들은 연극 속 북한 혁명 활동이 실제로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외대에 재학 중인 양리인(26) 탈북대학생은 “북한 인권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혁명단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면서 “북한내부에서 혁명 활동이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탈북자의 한 사람으로서 실제로도 이런 활동과 혁명가들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극을 통해 관객들이 북한 체제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됐으면 좋겠다”면서 “북한내부에서 왜 폭동이 일어나지 않는지, 연극 속에서 탈북자들은 왜 혁명 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지, 우리가 왜 고향 놔두고 이렇게 탈북을 해야만 했는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연극을 기획한 한남수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 대표는 “북한은 한국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슈이자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이번 연극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북한 주민들의 참혹함을 접하고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극은 오는 9월 둘째주부터 열흘 간 명동에 위치한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상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