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의 자본주의 사회 적응기

분단과 전쟁 등 격동의 현대사를 소재로 한 선 굵은 작품들을 발표해왔던 이대환(50) 씨가 이번에는 탈북자 문제로 눈을 돌렸다.

‘큰돈과 콘돔'(실천문학사 펴냄)은 탈북자 ‘표창숙’의 하루를 통해 자본주의의 명암이 공존하는 한국사회에 적응해나가는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중국과 미얀마를 거쳐 한국에 들어온 표창숙은 탈북자 모임에서 만난 김금호와 동거하며 제법 유능한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다.

소설은 12평 임대 아파트에서 표창숙이 눈을 뜬 아침부터 시작해 보험설계사를 대상으로 한 그의 강연을 통해 험난한 탈북과 정착 과정을 들려준다.

자식 과외비를 위해 노래방 도우미를 하는 여성이나 비리 기사를 눈 감아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사이비 기자 등 자본주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어두운 면도 표창숙의 눈을 통해 보여준다.

작가의 음성은 시종일관 담담하지만 “기록자적인 시선은 풍자를 낳았다”는 문학평론가 방민호의 평처럼 담담한 서술 속에는 작가의 날카로운 현실인식이 내비친다.

제목 ‘큰돈과 콘돔’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겪는 탈북자들의 혼란과 인식 차이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탈북 후 표창숙과 김금호는 중국에서 ‘안전투’, 북한에서 ‘위생고무’라고 불리는 콘돔을 ‘큰돈’으로 잘못 알아듣는다.

나중에 ‘콘돔’의 뜻을 알게 된 후에도, 둘은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필요한 ‘큰돈을 번다’는 둘 만의 은어를 ‘콘돔을 쓴다’는 말 대신 사용하게 된 것이다.

늘 시대 현실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있는 작가는 후기를 통해 “대체로 현실 관련성이 약화되거나 역사적인 기억의 망각 위에서 축조”된 최근 한국소설에 대해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는 “요즘 한국소설의 주류는 한국 현실만 아니라 민족과 인류의 곤혹을 주시하지 않아서 담론에 무관심하고 시장질서의 승자가 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무엇보다 작가정신이 현실에 복귀하고 상업주의와 야합하지 않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