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의 고된 여정 그린 ‘찔레꽃’

정도상(48) 씨의 연작소설 ‘찔레꽃'(창비 펴냄)은 함흥 출신 탈북자 ‘충심’의 이야기다.

함흥 소녀 충심이 인신매매단에 속아 강제로 두만강을 건너고 헤이룽장(黑龍江)성과 선양(瀋陽)을 거쳐 한국 선교사들의 도움으로 몽골을 통해 한국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일곱 편의 단편으로 그렸다.

첫 번째 이야기 ‘겨울, 압록강’은 ‘나’가 지난해 만났던 압록강변의 북한 출신 아낙을 다시 만나기 위해 단골 안마사 미나와 함께 지안(集安)행에 나서는 이야기다.

작가의 분신인 화자는 풋풋함과 순박함을 지녔던 그 아낙을 끝내 찾지 못하고 국경이 돼 버린 압록강을 착찹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이후 소설은 ‘미나’로 살아가는 충심의 강제 월경 이야기를 그린 ‘함흥ㆍ2001ㆍ안개’로 이어진다.

입대를 앞둔 남자친구 재춘 오빠와 헤어질 일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전세계 어느 곳에 사는 10대와 크게 다르지 않던 충심이 사촌 미향과 함께 원치 않게 참혹한 운명에 휘말리는 과정이 극적으로 전개된다.

‘늪지’, ‘풍풍우우’, ‘소소, 눈사람 되다’, ‘얼룩말’ 등으로 이어지면서 조선족 마을로 팔려간 충심과 미향이 겪는 비극이 무대를 달리해 이어지고 ‘찔레꽃’에서 마침내 한국에 정착하지만, 역시 녹록지 않은 충심의 삶이 펼쳐진다.

충심의 비극적 삶에는 인신매매단인 조선족 갑봉과 춘구, 그리고 탈북자들의 한국 입국 브로커인 박 선교사라는 악역이 등장한다.

악역임은 분명하지만 일말의 동포애는 보여주는 갑봉과 춘구와 달리 인권과 선교를 내세우며 이익을 챙기는 박 선교사는 탈북자들의 삶을 더욱 고되게 하는 ‘폭력’이다.

“비용을 받아도 어차피 여러분들을 위해서 사용하지, 우리가 쓰는 건 한푼도 없어요. 이건 자산사업이고 어디까지나 선교사업이라는 걸 아셔야 해요. 하지만 아무리 자선이고 선교라고 해도 비용까지 모조리 대신 내줄 수는 없어요. 내 말 알아들어요?”(‘얼룩말’ 178쪽)

충심의 이야기는 실제로 작가가 선양에서 만난 북한 출신 처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충심이 선양의 한성안마에 정착해 ‘미나’와 ‘소소’라는 이름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과정을 그린 ‘소소, 눈사람 되다’를 2006년 봄 처음 쓴 후 충심의 사연을 연작소설 형식으로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작가는 후기에서 “국경을 넘어 중국에서 유랑하는 사람들을 ‘탈북자’로 만들어 한국으로 ‘기획입국’시키며 영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뻔뻔스럽게도 ‘북한인권’ 운운하는 것을 보면서 절망했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그는 “북한인권은 인간안보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정치적으로 악용하진 말아야 한다”며 “진정으로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생각한다면 ‘가짜 인권놀음’을 멈춰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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