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도 타인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어요”

탈북자들이 한국사회서 도움만 받는 대상일까.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 숫자가 2만3천명을 넘긴 가운데 탈북자들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정착에 성공한 일부 전문직 종사자들나 사업가들은 사회적 기부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으며, 탈북자들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의료 및 정착 지원도 꾸준히 벌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탈북 대학생들의 국내외 사회봉사 활동도 눈에 띄게 늘어 주변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들은 남한에 정착하면서 정부와 지역 사회의 도움을 받은 것이 동기부여가 돼 사회봉사 활동에 적극적이라고 말한다. 탈북 대학생들에게 해외봉사·하나원봉사·지역사회 봉사는 남한 대학생들 처럼 단순한 ‘스펙쌓기’가 아니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로 취급 받던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면서 “사회적 사랑과 관심으로 정착에 도움을 받은 탈북자들에게 사회봉사는 당연히 해야할 도리”라고 말했다. 데일리NK는 최근 모범적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탈북 대학생 3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 달 용돈 털어 서울 왕복…고아원 봉사 뿌듯해요”

2006년에 입국한 정광성(24) 씨는 고등학생 때 매달 한 번씩 한 달 용돈 5만원을 서울행 기차표 구매에 모두 쏟아 부으면서 서울 모처의 고아원 봉사활동을 다녔다.

“처음엔 고등학교 자원봉사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하나원 동기들과 시작했죠. 하지만 사회적 약자로 도움만 받던 우리도 다른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느낀 뿌듯함은 잊을 수 없어요. 행복했습니다. 당시 제가 대구에 살았었는데, 매달 한 달 용돈 5만원을 봉사활동을 위한 서울행 무궁화호표 구입에 사용했죠.”

고아원 봉사활동 모임에는 정 씨를 비롯해 하나원 89기 탈북 학생들 10명이 참여했다. 정 씨와 친구들은 매달 고아원을 방문해 아이들의 친구가 돼줬고 고아원의 잡다한 일을 도맡았다. 대학 진학을 준비하던 2009년 활동을 잠시 접었지만, 다시 활동을 재개했다.

정 씨는 이외 꾸준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매달 하나원을 방문해 탈북 청소년들에게 수학과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남한 자원봉사자들에게 받은 도움을 갚는 방법은 탈북 후배들에게 내가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 뿐”이라면서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주는 도움으로 오히려 내가 성장하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광성 씨(右)가 지난해 초 북한인권시민연합의 ‘한겨레계절학교’에 자원봉사자로 참여, 탈북 청소년의 학습지도를 하고 있다./북한인권시민연합 제공

“탈북자들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 줄 수 있어”

2002년에 입국한 이성주(26) 씨도 하나원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 씨는 자원봉사를 할때마다 탈북 청소년 후배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며 마음을 다잡는다. 그는 “같은 탈북자인 내가 정착해서 잘 살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면 탈북 청소년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씨가 처음 자원봉사를 시작한 것은 2006년이다. 친한 친구의 할머니를 도우면서부터다. 그는 할머니의 식사, 외출 등을 돕고 말동무도 하면서 자신도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부산의 한 요양원을 3년여 간 다니면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친구가 됐다.

“남한에 처음 왔을 때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그런 도움을 갚을 길이 없었어요. 제가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어르신들을 비롯해 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요양원 봉사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많은 배웠어요. 어르신들께 삶에 대한 조언도 많이 받았어요.” 

그는 지난해 여름, 학교 후배이자 탈북 후배인 정광성 씨와 필리핀 해외봉사도 1달간 다녀왔다. 그곳에서 교육을 받지 못하는 현지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지어주고 태권도·한글을 가르쳤다. 그는 “판자촌에서 굶는 아이들을 보고 고향을 떠올렸다”면서 “기후만 다를 뿐이었지, 영락 없는 북한이었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여름 ‘탈북동포돕기 자원봉사자캠프’에 스탭으로 참여했던 이성주 씨(左)./북한인권시민연합 제공

“탈북 청소년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도움 필요”

2002년에 입국한 박영호(23) 씨는 2010년부터 탈북 청소년들의 안정된 정착 지원을 위한 북한인권시민연합 ‘한겨레 계절학교’에 스텝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다. 탈북 후배들의 멘토로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박 씨는 탈북 청소년들에게 꾸준한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도 남한에 들어와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어요. 하지만 당시 저를 꾸준하게 찾아오는 남한 대학생들은 얼마 되지 않아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봉사자가 수시로 바뀌는 상황 자체가 어린 탈북 청소년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어요.”

그는 여름·겨울 방학 때마다 열리는 한겨레 계절학교에 참여해 10여일 동안 탈북 청소년들과 생활하면서 그들의 고충을 들어준다. 계절학교서 도움을 받은 상당수의 탈북 청소년들은 다시 계절학교의 자원봉사 스텝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그는 “계절학교 준비기간만 되면 잠은 잘 못 자지만, 계절학교에서 아이들과 지낼 생각을 하면 그 정도의 어려움은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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