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도 사실에 기초한 말과 활동 필요하다

지난해 국내 입국 탈북자 2만명 시대를 돌파하면서 사회 구석구석으로 탈북자들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국내 거주 탈북자들은 자발적으로 단체를 구성해 북한 인권 실태를 알리고 최근 내부 정보를 입수해 외부에 보도하는 역할에도 앞장서고 있다. 최근에는 자체 방송국을 개설해 북한 주민들에게 단파 방송을 송출하고, 전단과 DVD를 보내는 일에서까지 탈북 단체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4월 들어 국회 앞에서는 이번 임시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하는 탈북자들의 단식농성이 벌어지고 있다. 혹자는 탈북자들이 북한인권·민주화운동의 주역이 되고 있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탈북자들이 자신들이 떠나온 고향이자 형제들이 살고 있는 북한의 민주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모습은 바람직하기 그지 없다.


그러나 탈북자들의 활동이 양적으로 팽창하면서 역기능도 나타나고 있다. 누가 원조(原祖)인가, 누가 더 선명한가 등을 따지는 ‘차별성’ 경쟁을 양산하면서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북한내부 저널리스트들이 만든다는 모 잡지의 발행인 A 씨는 지난 주말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활동 초기 파트너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관영매체밖에 없는 북 사회에 북 주민들의 목소리를 내어보려고 창간했다. 돈이 없으니 어느 교회가 우리 원고를 프린트해줘서 창간준비호를 3호까지 만들었는데, 반향이 크자 0000가 뛰어들었다. 일본 다큐제작사인 △△△△△△ 대표인데, 이게 수익이 되겠다 싶으니까 인수한 거지. 실제로 일본에서 1부에 3000엔이었던 창간호가 3000부나 팔려나갔다. 일본판도 만들고 영문판도 만들더라. 회의가 일었다. 북사람들이 읽어야 하는 잡지인데 일본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 재간 없이 독립했다. 우리 힘으로 만들기 시작한 5호부터 제호를 ‘□□□’로 바꿨다”


A 씨의 설명대로라면 일본인 저널리스트는 ‘장사꾼’에 가깝다. A 씨는 북한 내부 배포에 초점을 맞췄지만, 일본인 저널리스트가 일본판과 영문판 판매에 우선을 뒀다는 것이다. 결국 잡지의 취지가 흔들리고 일본인 저널리스트가 돈벌이에 급급한 점이 원인이 돼 A씨가 독립했다는 것으로 인터뷰는 해석된다.


그러나 창간 초기부터 이 잡지의 활동을 주목하고 있던 기자가 파악하고 있는 사실관계는 A 씨의 주장과는 많이 다르다.


이 잡지는 창간 초기부터 ‘북한 내부 저널리스트’가 만든다는 컨셉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잡지는 초기부터 90년대 중반 이후 줄곧 북-중 국경지역에 대한 취재를 벌여왔던 일본의 한 저널리스트와 A씨, A씨의 남편, 이렇게 세 사람의 공동작품이었다. 이 저널리스트는 일본인이면서도 보기 드물게 북한 주민의 인권과 식량난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취재활동을 벌여왔다. 이 저널리스트의 도움으로 한국땅을 밟은 탈북자도 있다. 


A씨 부부가 잡지를 기획하고 재정 및 홍보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일본인 저널리스트가 합류해 발행인을 맡았다. 2009년까지 A 씨는 북한 내부정보를 취재하는 일과는 상관없이 순수 ‘편집’ 업무만 담당했다.


그러나 2009년 A 씨 부부가 사전협의 없이 미국의 한 재단에 후원금을 신청하면서 3자 동업이 끝나게 된다. 당시 일본인 저널리스트는 “미국 재단의 도움을 받으면서 잡지를 만드는 것은 저널리즘 관점에서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A씨 부부는 미국 재단의 지원금을 받아 계속해서 잡지를 발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다.


이 때부터 3자의 합의에 따라 일본인 저널리스트와 A씨 부부는 각자 따로 잡지를 만들게 됐다. 지난해 말에 A 씨가 발간한 최신호에서는 약 90페이지 분량으로 연합뉴스의 보도 내용 전문이 실렸다. 때문에 잡지의 컨셉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평가를 낳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이 잡지와 관련된 배경 스토리는 ‘처음에는 탈북자 A 씨 부부와 일본인 저널리스트가 공동으로 제작하다가, 생각이 달라지면서 각자 다른 잡지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A 씨는 이 잡지가 갖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자기 것으로 귀속시키려는 의도였는지, 과거의 동업자를 장사치로 폄훼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잡지 발행 초반 북한 내부 정보 취합과 출판 비용 조달에 있어서 일본인 저널리스트의 공이 적지 않았다는 것은 여러 사람들 사이에 알려져 왔던 사실이다. 물론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활자화 한 이 신문기자의 잘못도 적지 않다.   


북한 관련 소식을 다루는 종사자들에게 일종의 ‘금기’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면서 겪게 되는 착오나 실수를 한국식 기준으로 지적·비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인권·민주화 운동에 몸담고 있는 탈북자들에게는 더 그렇다.


개인적으로 한국에 적응해야하는 어려움 속에서 한국식 시민사회운동 기준에도 맞춰야 하는 이중고를 십분 이해하기 때문이다. 사회운동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준 정치인’ 정도로 규정하면서 높은 도덕성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한국 사회의 기준을 탈북자들이 처음부터 맞춰가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배려가 담겨있다.  


그러나 탈북자들이 북한 민주화와 인권활동에서 주역으로 나서고 있는 이상 이 부분을 소홀히 넘겨서는 안 될 시점에 도달했다. 북한인권·민주화 운동에서 탈북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짐에 따라 ‘자정 능력’ 역시 중요한 화두로 제기된다. 이번 인터뷰처럼 과거 자신의 활동을 적극 도왔던 사람이나 단체에 대해 사실과 다르게 여러 오해를 낳을 수 있는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런 식의 시비가 또 다시 이어진다면 결국 손해 보는 쪽은 선의의 다른 탈북자들이다. 일부 탈북자의 ‘진실성’이 흐릿해지는 순간 전체 탈북자 사회의 진정성이 의심 받을 소지가 커진다. 앞으로는 탈북자들도 북한의 변화 뿐만 아니라 통일 과정의 주역으로 높은 수준의 능력과 도덕성이 요구받을 수 밖에 없다. 이런 기준을 스스로 갖출 수 있을 때 탈북자들의 활동력과 영향력도 더욱 배가 될 것이다.

소셜공유